[기자수첩] 1위 보험사의 외로운 싸움

입력 2020-08-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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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연 금융부 기자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가 결렬됐다는 소식이 나온 다음 날. 보험업계에서는 국내 한 중소보험사가 카카오페이를 찾아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모펀드에 넘겨진 이 보험사가 카카오페이에 자기네 보험사를 인수해달라고 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금융사와 플랫폼 기 싸움 팽팽’이라는 언론 헤드라인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다. 국내 보험사가 오히려 플랫폼에 찾아가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네이버가 자동차보험 견적비교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광고비 논란에도 손해보험사 2위 그룹은 어쩌면 다른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거대 플랫폼의 힘을 빌려 이참에 판을 뒤엎어 보자는 꿍꿍이다. 2위 그룹 손보사들은 이미 카카오페이와 토스와는 제휴했고, 네이버와도 적극적으로 논의했다. 굳어진 자동차보험 점유율의 판을 흔들어볼 생각에 내심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쯤 되니 거대 플랫폼과 금융사의 전면전이라는 표현은 과도한 것 같다. 금융사 모두가 견제구를 던지는 상황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선두 보험사를 제외한 보험사들은 플랫폼의 힘을 빌리고 싶어하고, 먼저 제휴를 요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거대 플랫폼은 영향력을 재차 확인하고, 점차 세력을 넓혀간다. 쇼핑업에 진출했을 때 처럼, 언론 매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처럼. 어쩌면 금융사들도 결론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금융업도 결국엔 공룡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작년까지 업계가 합쳐 싸워왔던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기존 금융권이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해 많이 경계하시는 듯한데, 저희를 좋은 협력 파트너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 담당자가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금융사들은 네이버의 말대로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지, 종속적인 파트너가 될 것인지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 협력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갖는 쪽은 생기기 마련이다. 주도권을 뺏기는 순간 보험시장 잠식은 시작된다. 거대 플랫폼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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