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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가야 할 이유가 분명한 곳, 그곳은 어디인가

입력 2020-06-03 09:58

최소현 퍼셉션 대표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기에 여전히 주춤하게 되는 요즘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다양한 논의 중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오프라인 공간의 미래’다. 대면접촉이 불안해지고 특히나 실내공간에서의 걱정은 더 늘어나니 공간 운영자들의 한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온라인화되고 그나마 남아있는 오프라인 공간들은 모두 언택트로 바뀌게 될까? 정말 그럴까? 세상이 예측불가능하게 빨리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삶의 방식은 그렇게 한순간에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공간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사람들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 본다.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는 ‘멀티 기능’과 ‘큐레이션’을 자랑하는 크고 작은 공간들이 아날로그시대의 귀환을 외치며 우후죽순 생겼다. SNS에는 ‘새로운 장소 인증’ 게시물이 내기하듯 올라왔고 거기에 쫓아가지 못하면 트렌드에 뒤떨어지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몇몇 사진과 영상, 해시태그로 그 공간을 평가하고 찾아가며 같은 방식으로 콘텐츠를 게시한다. 진공상태 속 큐브가 아닌, 장소의 맥락과 주변의 공기가 있으며 오감이 반응하는 물리적 공간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데 말이다. 조금 지나니 비슷한 모습을 한 곳들이 늘어나고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어려워지면서 예전의 ‘원조’ 논란처럼 ‘찐’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매일 새로운 곳이 생기지만 어느 곳도 내 공간 같지 않고 신생 공간에 대한 피로감까지 느낄 즈음 우리는 외출 자체를 자제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지난 주말 동탄 호수변에 자리 잡은 라이프스타일파크 레이크꼬모에 다녀왔다. 일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대적인 오픈행사 없이 시작한 곳에 사람들이 꽤 많이 모인다 하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해서다. 커다란 호수와 산책이 가능한 숲길이 맞닿아 있으며 다채로운 성격의 리테일 매장과 경험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주거단지에 함께 있는 복합상업공간인 만큼 생활밀착형부터 여러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작은 공간뿐만 아니라 마을이나 도시재생에서도 늘 고민하는 지점이 ‘이 곳은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인데, 외지인에 초점이 맞춰져 가장 오래 머무르며 삶을 사는 주민들이 소외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레이크꼬모는 요즘 소비의 주체라는 밀레니얼과 Z세대뿐만 아니라 가족을 아우르는 넓은 타깃층을 지향하며 인근 거주민과 멀리서 오는 외지인 모두를 자연스럽게 포용한다. 트렌디하거나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만으로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개발 초기부터 잘 파악한 것 같다.

공간은 물리적인 건물과 시설 등의 하드웨어, 제공되는 서비스와 상품뿐만 아니라 관계된 여러 이벤트나 액티비티를 포함하는 소프트웨어, 어떤 누가 운영하고 방문객을 어떻게 환대할지에 대한 휴먼웨어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간 개발은 하드웨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늘 아쉬웠다. 그런 면에서 레이크꼬모에는 다른 요소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여 반갑다. 비슷한 공간에서 늘 만나는 이벤트나 행사가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자 커뮤니티호텔인 플레이스캠프제주와 함께 이 곳에 적합한 액티비티와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실행한다니 기대가 된다. 다녀온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멋지지만 과시적이지 않아 좋고, 안과 밖 먹고 사고 즐기고 경험하는 것들의 선택폭이 넓어 자주 올 것 같다고. 숨 쉴 공간이 많아 답답하지 않다고. 이제 시작이니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찾아갈 이유가 명확한 곳으로 진화하기를 바란다.

좁다란 땅덩어리에 크고 작은 공간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어딜 가든 공사 중이다. 이들의 성적표는 무엇을 기준으로 메길 수 있을까. 지금은 만드는 이나 방문객이나 그 공간과 장소의 존재 이유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아무 곳이나 가기에 ‘밖에 있는 곳’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불안과 걱정을 주기 때문이다.

모두가 저마다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우리를 맞이해 주면 좋겠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새로 만드는 공간도 제대로 기획해서 실행하는 것이 어려운데 기존에 있는 곳들이 무엇을 바꾼다는 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모두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매번 새로운 공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고민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더 절실할 수도 있다.

동탄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셀프주유소에 비치된 일회용 장갑. 버려지는 쓰레기가 잠시 걱정되었지만 디스플레이와 주유기를 손으로 만져야 하니 아쉽지만 감사해하며 비닐장갑을 사용했다. 얼마 전 다녀온 뮤지엄에서도 니트릴 장갑을 끼고 전시를 관람했는데, 예약시점부터 현장에서의 입퇴장까지 전시 경험의 여정 전반에 걸쳐 불안감 없이 몰입할 수 있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신박하고 새로운 무조건 다른 것 이전에 지금 당면한 문제에 신속하게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프라인 공간들이 몰락하고 있고 공간 중심 비즈니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오프라인 공간은 절대 몰락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살아남을 이유가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뉠 테니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존재의 이유를 더 명확히 해야 한다. 적어도 이제는 벤치마킹이라는 미명 아래 겉모습을 베껴 똑같은 옷을 입은 공간들은 살아남을 자리가 없을 것이다. 왜 이 공간을 만들어야 하며 누구를 위한 어떤 곳을 만들 것인지, 기능적 가치이든 감성적 가치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고객은 왜 여기에 와야 하는지, 처절하게 스스로에게 물으며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지금 바로 그만두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고객들의 발길은 이제 가야 할 이유가 명확한 곳에만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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