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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완의 복지플랫폼] 시민사회의 협력으로 만드는 복지사회

입력 2020-05-28 18:17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몇 달간 우리는 예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시민사회를 경험했다. 선진국에서 흔히 취한 록다운이나 국경폐쇄, 이동제한 같은 강제조치 없이도 한국의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자발적으로 실천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발적으로 검사에 참여하며, 자신이 오갔던 동선을 알렸다. 위기 속에서 이처럼 신뢰와 협동의 사회적 자본이 엄청나게 창출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기적 인간론,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타적 인간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공동체의 안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앞에 발현된 ‘상호적 인간’이 해답에 더 가까워 보인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돕고 협력하는 상부상조, 타인의 행위에 대해 보상과 응징을 제공하는 상호감시의 공동체 문화 말이다.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위기는 한국에서 시민사회의 재발견을 가져왔다.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비상상태에서 국가가 독재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커지면서 자칫 전체주의적 감시가 강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제기했다. 중앙집권적 통제가 기술적으로도 가능해진 위기의 시기에, 그의 경고는 자칫 시민들의 일상이 감시받고 제재당하는 빅브라더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서구사회의 공포를 대변한다. 이를 막기 위해 그가 제시한 유일한 대안이 시민사회의 강화이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 시민사회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첫째, 국가는 가장 효과적으로 공익을 추구하는 대표자이면서도 동시에 공익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라는, 국가의 양면성에 대해 이미 우리 사회는 긴 역사적 학습을 거쳤다. 따라서 국가도 감시와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시민사회가 이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성공적인 역사적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한 장관의 어느 외국 인터뷰 발언처럼, 우리는 국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눈이 높은 시민들이다. 그 면에서 우리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 싱가포르나 대만, 중국과 일본과도 다르다.

둘째,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앞에서 국가와 시민사회가 손잡고 함께 대응해야만 할 영역이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시민사회가 보여준 순발력 있고 창의적인 협동의 모습을 통해 정부는 시민사회를 적극적으로 창조적 파트너로 삼아야 함을 알게 되었다. 최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지급도 민관협력이 이뤄낸 성공사례로 꼽힌다.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민간 카드사와 금융권이 효과적으로 신청절차를 홍보하고, 서버를 증설하여 1분 내에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편의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했던 것이다. 공공 전달체계에만 의존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셋째, 다소 폐쇄적이었던 공동체 의식도 코로나19를 거치며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에게 먼저 마스크를 챙겨주고, 성 소수자 등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중지하는 것이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길임을 알아가고 있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바이러스 감염과 고통이 나와 내 가족의 안전에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깨닫게 되면서다. 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열망이 나를 넘어선 타인의 안전에 주목하게 했고,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도 넘어서게 한 것이다.

이제는 위기 속에 형성된 ‘연결된 하나의 공동체’라는 연대의식,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시민사회의 잠재력에 대한 발견을, 일상에서 더욱 성숙한 복지사회의 발전으로 연결할 때다. 가난한 국민이 위기에 빠진 국가를 위해 발벗고 나섰던 어려운 시절, 일본에서 빌린 차관을 갚아 주권을 회복하자는 1907년의 국채보상운동, 국가 채무를 우리가 갚자는 1998년의 금 모으기 운동에 줄서서 동참했던 시대를 지나, 2020년 우리는 전 국민이 국가로부터 재난지원금을 받는 복지 시대를 맞이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이 한마음 된 상황에서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정체성과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다만 지금 우리 옆에는 한 번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도 어려움을 다 메꿀 수 없는 이웃이 있고, 어떤 새로운 위기를 맞이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가 있다. 국가가 모든 국민을 위해 지급한 위로금은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후세대로부터 빚을 내서 지급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혹여 우리 다함께 오직 혜택만을 누리자는 포퓰리즘의 현혹을 하는 이가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함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보자고 말하자.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깨인 눈으로 국가를 감시하고 참여의 주체가 되어야 할 시민사회의 값진 역할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위기시에 반짝였던 창의적인 시민사회의 능동적인 참여와 정부와의 상생의 파트너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미래를 향한 사회혁신에 힘을 더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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