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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간산업 휘청, 과감한 지원 미적대지 말아야

입력 2020-04-12 17:30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기간산업까지 흔들리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각적 대책을 마련한다지만 대기업들이 주력인 탓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자칫 지원 시기를 놓쳐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선진국들이 선제적으로 기간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금 최악의 위기에 빠진 곳이 항공업계다. 국제선 운항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대형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기 운항률이 10%선에 그친다. 모든 항공사들이 휴업과 감원, 임금반납 등의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항공산업 특성상 네트워크가 한 번 붕괴되면 복구하기 어렵다. 항공사들의 자구노력으로 역부족이고,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3∼6월 국내 항공사의 매출손실을 6조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등은 이미 자국 항공산업 파산을 막기 위해 수십조 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수요가 크게 줄어든 자동차, 정유·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 다른 핵심산업도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 정제마진 악화에 국제유가 폭락 등 악재가 겹친 정유산업은 1분기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공장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해운업이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고, 선박 발주가 지연 또는 중단되면서 조선산업도 ‘수주 절벽’ 상태다. 포스코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2년 만에 감산(減産)을 검토 중이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산업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다. 기간산업 위기는 우리 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고용에도 심대한 충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 대처는 미온적이고 굼뜨기만 하다. 선진국들의 자국 기간산업 살리기를 위한 대책은 파격적이고 과감하다. 미국은 기업대출과 회사채 매입 등에 2조3000억 달러(약 2800조 원)를 투입키로 했다. 파산 위기에 내몰린 자동차기업 포드 등도 일단 살린다는 의지다. 독일과 프랑스도 기업대출의 국가 보증을 위해 각각 4000억 유로(530조 원), 3000억 유로(398조 원)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한국 정부가 이들처럼 무한정 돈을 쏟아붓는 것은 물론 어렵다. 반드시 지켜야 할 재정건전성의 한계가 있다. 그렇더라도 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의 회사채 매입을 통한 기업의 자금난 해소 방안이 그렇다. 지금 한은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직접 매입은 법적으로 어렵다. 미국처럼 정부 보증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매입하고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는 방안은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속한 대처로 실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 특혜를 따지기 앞서, 어떻게든 산업의 버팀목이 무너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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