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의 게임으로 보는 세상] 정부의 웹보드게임 규제완화 신중해야 한다

입력 2020-03-16 18:00 수정 2020-03-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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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게임학회장

웹보드게임 규제완화로 논란이 일고 있다. 웹보드게임이란 고스톱, 포커, 바둑과 같은 놀이판 위의 게임을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게임이다. 웹보드게임이 장기나 바둑, 또는 블루마블 같은 건전한 보드게임이라면 무슨 논란이 일고, 문제가 있겠는가. 웹보드게임이 논란이 되는 것은 웹보드게임의 핵심 게임,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이 바로 고스톱, 포카 같은 도박류이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고포류라고 부르는 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고포류 게임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법제처에 웹보드게임 규제완화를 포함한 심사를 신청했다. 이 개정안에는 게임 일일 손실 한도 10만 원 제한 폐지, 접속 규제완화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주무부처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NHN 같은 웹보드게임 기업들은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학계와 산업계는 향후 번질지 모르는 사행성 이슈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웹보드게임 규제에는 두 가지 논점이 있다. 하나는 성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관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한국 게임산업의 고민이다. 웹보드게임이 산업 초기부터 규제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14년 월 결제 한도 30만 원이나 회당 사용한도 3만 원 같은 규제가 생기기 전까지 웹보드게임은 사업자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해 비즈니스를 영위해 왔다. 그런데 이들 사업자들이 방치한 ‘음지의 연결고리’가 있었다. 바로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해 주는 ‘환전업’이다. 정부는 끊임없이 환전상과의 관계를 단절할 것을 요구했지만 기업들은 그 고리를 방치했고, 결과는 2014년 가혹한 규제 정책 도입이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셈이다.

한국은 엄격한 ‘유교의 나라’이다. 우리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현실적 잣대는 유교적 도덕 기준이다. 반대로 영국 같은 나라는 무엇이든 도박의 대상이다. 찰스 왕세자비였던 고 다이애나가 결혼 후 임신하자 영국 도박사들은 아들이냐 딸이냐를 놓고 도박을 했다. 영국인들은 흑백이 가려지는 것이면 뭐든 도박의 대상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한국은 친구끼리 놀이로 고스톱을 쳐도 형사처벌을 받기도 한다. 2007년 경북 안동경찰서는 한 가정집에서 친구들끼리 고스톱 판을 벌인 6명을 도박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의 판돈은 4만5000원으로 점당 100원씩 주고받는 고스톱 ‘도박판’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07년 경찰과 검찰의 대대적 단속으로 아케이드 산업이 초토화된 ‘바다이야기’(사행성 도박게임) 파동은 한국 사회의 윤리적 기준을 잘 보여준다. 우리가 아무리 성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주장해도 먹히지 않는 사회문화적 배경이다. 따라서 웹보드게임 규제완화는 사회적 지지를 얻기 힘들다.

또 다른 이슈는 게임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확률형 아이템 문제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인가 도박인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폭발력 강한 이슈다. 이런 와중에 웹보드게임에서 섣불리 규제를 완화해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이 논란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불붙으면 어느 순간 게임산업 전체에 불이 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규제완화로 웹보드게임 업체들의 매출이 증가하면 이들은 다음 규제 완화를 시도할 것이다. 2014년 결제 한도 30만 원은 2016년 50만 원으로 완화되었고, 이번에는 일일 한도 10만 원 폐지와 접속 규제가 완화된다. 다음은 일반 게임과 똑같이 50만 원 결재한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지금 게임법 전면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차제에 아예 이런 논란을 잠재울 방법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고스톱, 포카가 문제 된다면 게임 범주에서 제외하고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지 않아도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데 언제까지 고포류 문제를 안고 가야 할지 생각할 문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 중국이 최초의 경고자였던 의사 리원량의 말을 듣고 바로 대처에 나섰다면 작은 소동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 세계가 코로나에 휩싸이고 심지어 리원량까지 죽어 버리는 참극으로 치닫고 있다. 게임산업이 배워야 할 교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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