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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 절반 한국인 입국 제한, 해외사업 잇단 차질

입력 2020-03-05 17:58 수정 2020-03-05 18:10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한국인과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들이 계속 늘고 있다. 5일 오후 기준 98개국으로, 유엔 193개 회원국의 절반을 넘는다. 한국 전역, 또는 대구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입국을 막은 곳이 41개국, 입국절차를 강화했거나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격리하는 곳이 57개 나라다. 특히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서도 17개 성(省)이 한국인들을 격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이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을 검색해 강제 격리하거나 부당하게 대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사전비자 없이 세계 어느 곳이나 갈 수 있는 ‘여권지수’ 최우량 국가였지만, 이제 세계 절반의 나라가 한국인을 기피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참담하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초기 정부의 부실한 대응으로 국내 전염병 창궐을 막는 데 실패한 탓이다.

그럼에도 해외의 국민 안전을 책임지고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야할 외교부는 별 존재감이 없다. 각국에 우리 방역의 투명성과 적극성을 강조하고, 입국 제한에 항의한다고는 하지만 무기력하다. 강경화 장관은 “방역체계가 허술한 나라들이 투박하게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인프라가 열악한 국가들이 전염병 차단을 위해 과도한 조치에 나선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하고 있다가 이런 사태를 맞았는지 반성과 책임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세계 곳곳에서 우리 기업들의 발이 묶이고 해외 비즈니스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 출장과 미팅, 현지 마케팅 등이 잇따라 중단됐다. 수출과 신규 수주, 해외 사업장 운영 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만 수백여 곳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입국 제한이 장기화할 경우 그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미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한국 기업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조짐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까지 한국인의 입국 제한을 검토중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대구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심상치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적절한 때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한국인 여행이 차단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아직 한국에 빗장을 걸지 않은 다른 나라들까지 강경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해외 각국이 잇따라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한국이 고립되는 상황의 심각성을 정부는 좀 더 절박하게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이 입국을 제한하는 최악의 사태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외교부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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