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다르다와 틀리다

입력 2020-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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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틀려도 너무 틀려.” “형제가 어쩜 그렇게 생각도 틀리고, 행동도 틀린지.”

지난주 이틀 연달아 친구들을 만났다. 요즘 이슈인 신종 코로나 얘기부터 대학 입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다 자연스럽게 아이들 얘기로 이어졌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자며 서로 내놓은 해결책이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 우리가 ‘틀렸다’는 말을 무의식중에 유독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날 때, 또는 마음이나 행동 따위가 올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진 것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따라서 얼굴 생김새나 생각, 행동처럼 서로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은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라고 해야 한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을 때를 이르는 말이다.

첫머리에서 언급한 예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틀린 표현이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달라도 너무 달라.” “형제가 어쩜 그렇게 생각도 다르고, 행동도 다른지”와 같이 해야 맞다.

그런데 동사인 틀리다와 형용사인 다르다를 왜 혼동하는 걸까. 평가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 틀린 표현을 그대로 노출하는 매스컴, 동질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가 다른 것을 배척하는 성향 등을 학자들은 주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요인이야 어떻든 다르다와 틀리다는 품사뿐 아니라 의미가 다르므로 구별해야 한다. 헷갈린다면 반대어를 생각하면 구분이 쉽다. 다르다의 반대어는 ‘같다’, 틀리다의 반대어는 ‘맞다’이다. 즉, 비교의 대상이 있을 때는 다르다 또는 같다를, 정답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할 때는 틀리다 또는 맞다를 쓰면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와 다른 것’을 많이 접하게 된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행동이 다를 수 있으며, 처한 환경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상대의 생각이나 행동이 나와 달라도 귀담아 잘 듣고 이해해 보자. 상대방도 어느새 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달랐던 서로의 의견이 점차 더 나은 결론을 향해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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