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솔라론' 무용지물 전락

입력 2008-09-22 08:25 수정 2008-09-22 13:2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고금리에 보조금 삭감까지...수익성 없는 '그림의 떡'

최근 은행들이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에 부응해 경쟁적으로 출시한 이른바 '솔라론'(태양광발전 사업자 대출)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지만, 정작 태양광발전 관련 업계에서는 '언감생심'일 뿐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은행 금리는 오르는 반면 사업성은 더욱 저하되고 있어 도무지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0월부터는 정부가 태양광발전차액 보조금을 대폭 낮출 예정이어서 은행들이 야심차게 출시한 솔라론은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실수요 없는 '빛좋은 개살구'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솔라론'을 출시하고 태양광발전 사업 대출 관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출시 이후 약 10개월 동안 대출 실적은 고작 411억원(5건)에 불과했다. 기업은행도 지난 6월 초 '태양광발전 시설자금 대출'을 출시했지만 현재까지 판매실적은 102억원(12건)에 그치고 있다.

이는 우선 사업성 평가에 보험까지 들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가 올 들어 기업대출 금리가 크게 올라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솔라론이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에게 유용한 상품이 되려면 우선 태양광발전 사업의 수익성이 담보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사업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오는 10월부터는 정부가 발전차액 보조금을 대폭 낮출 예정이어서 수익성이 더 떨어질 전망"이라면서 "수익률이 은행 금리에도 못 미치는 상황인데 누가 사업에 뛰어들겠냐"고 반문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발전소를 짓는 것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주택이나 건물 등에 보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환은행은 지난 16일 '솔라 파트너론'을 뒤늦게 출시했으며, 일부 은행에서도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어 업계의 인식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기업측면에서 사업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이 여전히 많다"며 "다른 은행들의 경우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반영해 금리가 높았지만, 외환은행은 사업성 평가를 추가로 반영해 금리가 1%p 정도 낮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사업성 결여로 실수요가 거의 없는 데도 은행들이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눈치보기 식으로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태양광사업 "잔치는 끝났다"

한 때 각광을 받았던 태양광발전 사업이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수개월 동안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모듈 수요 증대, 환율 상승으로 설치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해 사업이 매우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당 677원이던 태양광발전차액 보조금을 30% 낮추기로 하면서 기업들로서는 수익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업은행의 정부보증 대출금리보다 높은 일반 시중은행의 대출은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뿐 대출상품 활용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LG가 100% 출자해 설립한 태양광발전 사업체인 LG솔라에너지는 지난달 4월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일대에 단일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14㎿급의 태양광발전소를 완공했지만 사업을 추가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면 보류한 상황이다. 모듈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으로 인해 최소한의 수익률 조차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태양광발전 붐으로 인해 모듈 등의 공급 부족과 환율 상승 등으로 지난해 3100원(W당)이던 셀이 올해 들어 4000원 선으로 30% 가까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은 경북 김천 태양광발전소(18.4㎿) 공사를 착공 3개월만인 이달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태양광발전소 설치 완료 확인을 받고 삭감 전 발전차액보조금을 받아 최소한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짓는 태양광발전소의 경우엔 정부의 발전차액지원금이 줄고 환율 급등과 핵심 부품 가격 급등으로 인해 실제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태양광발전소의 연간 수익률을 7%로 보고 있지만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연간 수익률은 2~3%에 불과하다"며 "발전차액보조금이 축소되는 다음달부터는 이마저도 0%에 가깝게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더라도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로서 사업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따라서 솔라론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 보조금을 늘리거나 대출 이자를 지원해 주는 등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대통령실 "北 감내하기 힘든 조치 착수…대북확성기 방송도 배제 안해"
  • 단독 빨래 심부름 걸리자 보복성 인사 ‘갑질’…도로공사 지사장 고발
  • [유하영의 금융TMI] 6개 은행, ‘책무구조도’ 도입 앞두고 은행연합회에 매일 모이는 이유
  • 세계증시 랠리서 韓만 소외 [불붙은 세계증시, 한국증시는 뒷걸음 왜]①
  • "'딸깍' 한 번에 노래가 만들어진다"…AI 이용하면 나도 스타 싱어송라이터? [Z탐사대]
  • 중국, ‘우주굴기’ 중요한 이정표 세워…달 뒷면에 목메는 이유는
  • 이혼재판에 SK우 상한가…경영권 분쟁마다 주가 오르는 이유
  • “넘버2 엔진 시비어 데미지!”…이스타항공 훈련 현장을 가다 [르포]
  • 오늘의 상승종목

  • 05.3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471,000
    • -0.19%
    • 이더리움
    • 5,291,000
    • -0.25%
    • 비트코인 캐시
    • 644,500
    • +0.31%
    • 리플
    • 723
    • -0.69%
    • 솔라나
    • 230,300
    • -1.45%
    • 에이다
    • 630
    • +0.64%
    • 이오스
    • 1,130
    • +0.36%
    • 트론
    • 159
    • +1.27%
    • 스텔라루멘
    • 148
    • -1.33%
    • 비트코인에스브이
    • 84,300
    • -1.63%
    • 체인링크
    • 25,610
    • -0.89%
    • 샌드박스
    • 622
    • +2.4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