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가매수기회'가 증시 안정화 대책인가?

입력 2008-09-02 09:50 수정 2008-09-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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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율폭등과 주가폭락이 겹쳐지면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불안의 진앙에는 '9월 채권위기설’과 ‘10월 외환위기설’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일 '9월 위기설'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위축된 이 같은 투자심리는 지난 1일 벌어진 주식시장의 흐름에서 잘 나타난다. 이날 주식시장은 환율급등을 비롯한 내외부적인 악재로 투자심리가 패닉상태에 이르면서 폭락장세를 연출했다.

금융당국이 '저가 매수 기회'라며 긴급진화에 나섰지만 급락장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투심은 오히려 금융당국의 입장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금융위원회는 긴급브리핑을 통해 "최근 주식시장의 불안은 전 세계적인 공통의 악재일 뿐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며 투자심리를 달랬다.

여기에 금융위는 "주식형 펀드와 연기금 등이 투자여력을 활용해 시장안정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달라"고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시장에도 안심하라는 메시지까지 보냈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시장급락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투매현상을 막으려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시장에서는 신중하지 못한 금융위의 처신에 비난이 난무했다.

이같은 비난은 금융위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시장안정화의 세력이 아닌 증시 땜질용 세력으로 바라보고 있는 데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른바 시장은 근본적인 치유책을 원하지 '대증요법'적인 처방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당국위주의 인위적인 처방책은 '노 땡큐'라는 반응들이다. 최소한 연.기금 등 기금들을 하락장에 안전판 역할로 내세우더라도 소리없이 움직이는 빗장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에서 말했듯이 기관의 주요 투자역할은 시장안정화 및 하락장에서의 안전판 역할이다. 그러나 이날 "저가 매수 기회", "기관의 적극적 시장 개입" 등의 금융위의 발언은 과거 관치금융시절의 명백한 실수를 떠오르게 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지난 1989년 12월 정부는 이른바 '12.12 조치'로 대한투자신탁, 한국투자신탁, 현대투자신탁 등 3대 투신에게 2조7000억원 어치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라고 강제했고, 이들 투신들은 결국 정부의 눈치를 보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주식을 매입했다.

인위적으로 몰아부친 시장부양책의 결과는 어땠는가. 정부 주도의 '官治 외압'을 온몸으로 떠 받들던 이들 3개투신사들 모두에게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후 공적자금 회수명목으로 3개 투신중 한곳은 외국계에, 한곳은 은행에 또 다른 한곳은 증권사로 합병되고 말았다. 사실 그 이후 투신권이라는 간접시장의 큰 손들이 크게 위축되면서 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위신도 크게 땅에 떨어졌다.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금융당국의 다급함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같은 과거 사례에서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악재를 없애기 위해 금융기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성급하게 내뱉기 보다는 금융위가 가진 금융리스크 관리 등에 신경 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국가 경제에서 금융은 심장이며 금융부문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입맛대로 통제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연.기금은 증시 땜질용이 결코 아니다. 또 투자자들은 기금들이 시장을 지탱하더라도 소리없는 움직이는 강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원님이 나팔부는 '따따부따 식의 한건주의'는 볼썽사나워 함을 당국이 눈치 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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