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골목상권 소상공인을 위한 생존 가이드

입력 2019-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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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유통학회장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소상공인 사업장에 어느 날 갑자기 직격탄처럼 날아들었다. 지금 당장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에게 커다란 충격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향후 본인 사업에 미치는 영향일 것이다.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작금의 상황과 기술 발전을 고려하면 몇 가지 예상되는 일들이 있다.

첫째, 미래의 유통기술들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며 소상공인도 여기서는 예외가 아니다. 데이터 분석(Data and Analytics), 사물인터넷(IoT), 챗봇, 증강현실·가상현실(ARㆍVR) 등의 신기술은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우리 주변에서 심도 있게 활용되고 있다. 쿠팡 등 신기술을 장착한 인터넷 쇼핑몰들은 골목상권의 동네 가게가 취급하는 품목 대부분을 고객의 집 앞까지 배달해 주고 있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이 소상공인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인간을 대신하는 기술의 특성을 활용한다면 소상공인 사업의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현재와 같은 경제 기조가 유지된다면 인건비, 임대료 등의 운영비는 상승하지만 장기 불황으로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일본의 유명 덮밥 체인에서 일부 메뉴의 가격은 1985년 가격과 동일하다는 점은 큰 시사점을 준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불황 조짐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만약 20년 동안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면, 20년 동안 성장이 정체된다면, 그럼에도 운영비는 상승한다면 과연 소상공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외부 환경이나 대기업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소상공인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사람이 가치창출을 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은 버려야 한다. 버릴 수 없다면 사람의 서비스, 창의력, 분석력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을 고도화하여야 한다. 현재의 정보통신기술(ICT) 수준은 사람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는 매장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다. 로봇이 커피를 만들거나, 매장을 청소하거나, 선반의 재고를 파악하고 부족하면 채우기도 한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성능 좋은 자판기와 경쟁할 정도로 단순한 업무만 필요한 장사는 이제 버티기 힘들다. 혹자는 편의점 장사는 소규모 매장 운영인데 사람의 가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묻는다. 사람의 가치는 점주나 종업원의 역할에 있다기보다는 입지 선정, 입지에 적합한 상품 구색, 효율적 판매 촉진 방안의 결정 등과 관련된 정보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실현된다. 팔 물건이 있다고 장사에 나서면서 먹고살 만한 수익을 보장하라고 정부를 향해 외치기보다는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파악하고 기획하고 변화를 모색할 고민이 필요한 장사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니면 대신 고민할 사람과 조직을 구해야 한다.

불과 수년 전에 일본의 라면집을 찾은 한국인이라면 라면과 계란, 파 등을 선택하고 돈을 지불하고 주문 쿠폰을 발급받는 과정이 성가시고 복잡하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주문과 결제 과정은 충분히 한 사람이 필요할 정도로 비교적 인건비가 많이 드는 업무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사람이 가치창출을 하지 않는 업무는 자동화 그리고 단순화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미 결제를 위한 키오스크는 많이 보급되어 있으나 홀 서빙이나 주방에서 자동화의 여지는 매우 넓다. 이를 대체할 만한 장비를 갖출 수 없다면 장사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프랜차이즈에 가맹하려 한다면 맛도 중요하지만 자동화 장비나 매뉴얼을 제공하는지 그리고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 가능하도록 지원하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4~5명의 인원이 필요하다면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이 아니다.

다음은 종업원 대기가 아닌 고객 대기 상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기존의 소상공인 업장, 특히 음식점을 보면 최대 수요에 맞추어 매장 크기와 종업원 수가 결정된다. 이 경우 한가한 시간에는 종업원이 대기한다. 인건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상승하고 임대료도 꾸준히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영업시간의 시간당 평균 고객 수에 맞추거나 아예 최소 고객 수에 맞추어 매장 크기와 종업원 수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 결과 고객이 대기하는 상황을 만들어 가용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유명 맛집 매장 밖에 손님이 긴 줄을 이루고 대기하는 상황이 소상공인 사업장에서 통상적인 모습이 되어야 한다. 만약 고객이 이를 싫어한다면 예약하여야 하며, 그렇게 예약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소상공인 업장은 매우 크기 때문에 상점 규모의 축소에 따른 상가 가격 하락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내 디자인을 개선하여 최소한의 동선을 확보하거나 서비스 절차의 변경을 통해 종업원과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도록 하여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햄버거나 다코와 같은 간편식품의 판매점은 물론 스테이크 하우스도 종업원과 한 번의 대면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한식도 도시락과 같은 형태로 제공해 더 이상의 추가적 반찬 제공이 불가능하거나 손님 스스로 수행하게끔 하는 것이다.

모든 장사는 소비자의 신뢰가 중요하다. 위 가이드라인의 실천은 반드시 소비자의 불편을 가져온다. 그러나 줄인 비용의 대부분 혹은 상당 부분을 가격 인하의 밑천으로 하고, 더 높은 가치로 진정한 승부를 해야 한다. 소비자의 희생을 통해 점주의 이익만 높인다고 생각하면 해당 점포의 생존 가능성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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