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예후(豫後)

입력 2019-09-25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난치병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으레 예후를 묻곤 한다. 암도 발생한 부위에 따라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과 예후가 나쁜 절망적인 암으로 나뉜다고 한다. 예후는 ‘豫後’라고 쓰며 각 글자는 ‘미리 예’, ‘뒤 후’라고 훈독한다. ‘뒷일을 미리 예측한다’는 뜻이다. 영어 ‘prognosis’를 번역한 의학전문용어인데 ‘prognosis’는 그리스어의 pro(미리)와 gnosis(알다)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말로서 “어느 질환 또는 환자의 치료경과 및 결말에 대한 예측”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의학전문용어였던 것이 일반용어로 확산되어 요즈음에는 뒷일을 예상하는 거의 모든 경우에 다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분열과 극한대립이라는 병에 걸린 것 같다. 예후가 좋지 않은 난치병이다. 조선시대에도 당파싸움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임진왜란이라는 재앙을 당하였으며, 대한제국 시절에도 대원군과 민비가 맞서 싸우다가 한일병탄의 비극을 맞았고, 광복 후에도 새로운 점령군인 미국과 소련의 농간에 의해 남과 북, 좌와 우로 갈라져 싸우다가 결국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치렀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동족상잔의 연장선상에서 아직도 서로 할퀴고 쥐어뜯으며 극한 대립 속에서 싸우고 있다. 정당은 물론 언론, 시민단체, 종교단체 심지어는 교수집단과 학생들까지도 편이 나뉘어 싸우고 있다. 대의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지극히 근시안적인 자기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다. 이렇게 싸우다가는 나라가 망할 것 같다는 염려를 하면서도 여전히 싸운다. 분열된 국민 각자가 소아적 이익의 섶을 짊어지고서 불길을 향해 걸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고약한 난치병을 앓고 있다. 역사의 거울에 비춰보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훤히 볼 수 있을 텐데 역사의 거울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소아적 이익에 매몰되어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역사의 거울을 더욱 밝게 닦고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때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쿠팡, 개인정보 유출 보상안 발표⋯“1인당 5만원 상당 이용권 증정”
  • 과기정통부 “KT 해킹, 회사 귀책사유”…위약금 면제 결론
  • 일본 이어 대만까지…'대지진 공포' 여행 비상 [해시태그]
  • “뽑지 않고 버틴다”…미국, 새해에도 채용 한파 지속
  • 금·주식 최고치에도 '비트코인'만 마이너스…'디지털 금' 기대 깨졌다
  • 연임 성공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무거운 책임감⋯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
  • 하니는 복귀, 다니엘은 결별…어도어 “민지는 논의 중”
  • RIA 稅혜택 늘리자… '서학개미' 셈법 복잡[서학개미 되돌릴까]①
  • 오늘의 상승종목

  • 12.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7,153,000
    • -0.87%
    • 이더리움
    • 4,253,000
    • -0.91%
    • 비트코인 캐시
    • 876,500
    • -3.36%
    • 리플
    • 2,712
    • -0.59%
    • 솔라나
    • 178,500
    • -1.82%
    • 에이다
    • 531
    • -1.67%
    • 트론
    • 410
    • -0.97%
    • 스텔라루멘
    • 319
    • -1.85%
    • 비트코인에스브이
    • 25,610
    • -3.5%
    • 체인링크
    • 17,900
    • -1.49%
    • 샌드박스
    • 166
    • -2.9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