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어넷 마켓리더스] 고해성사에 관대한 시장

입력 2008-07-3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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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코스피시장이 미국발 훈풍에 힘입어 하루만에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사흘째 기록된 음봉에는 경계심리가 묻어났습니다.

간밤 뉴욕증시(29일)는 메릴린치의 자산담보부증권 매각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신용위기 우려감이 경감된데다 국제유가의 하락과 소비자신뢰지수의 예상밖 증가 소식이 투자심리를 북돋아 주요지수가 2%대의 급등세를 나타냈습니다.

1590선에서 갭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의 매도전환과 더불어 1600선을 넘지 못하고 상승폭을 축소한 끝에 전일대비 10.50p(0.67%) 오른 1577.70p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외국인이 美증시에 상관없이 2563억원 순매도로 나흘째 매도 스탠스를 고수한 가운데, 개인과 기관이 각각 349억원, 1972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지수를 견인한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1122억원)를 중심으로 1867억원 매수우위를 나타냈습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58% 상승했으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WTO 가입이래 최대폭으로 둔화된 수출 부진으로 인해 0.48% 하락세로 반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하락에도 상하이종합지수는 20일선을 지켜냈습니다.

철강株 반사이익 기대↑ 조선株 실적 불확실성↓

일본 최대 제강업체인 신일본제철 야와타제철소의 코크스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철강수급 차질로 국내철강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POSCO(4.78%)를 비롯해 하이스틸(8.73%), 동국제강(3.46%) 등 주요 철강주들이 무더기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인적분할후 재상장된 지주회사 풍산홀딩스(상한가)와 사업회사 풍산(-13.33%)은 이익안정성에 대한 엇갈린 평가 속에 극명한 대조를 보였습니다.

미국증시에서 신용불안감이 완화되자 움츠렸던 은행주들이 큰 폭 반등했습니다.

업종대표주 국민은행(4.32%)을 필두로 기업은행(3.25%), 대구은행(4.20%), 부산은행(5.42%), 신한지주(3.28%) 등 은행주들이 강세를 기록했고, HMC투자증권(4.12%), KTB투자증권(3.04%), 삼성화재(2.60%) 등의 금융주들도 대체로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2분기 실적 부진 충격으로 최근 급락했던 삼성전자가 나흘만에 0.74% 오른 것을 비롯해, LG전자(1.97%), LG디스플레이(1.02%), 삼성SDI(2.33%) 등 대형 IT주들이 모처럼 반등했습니다. 반면 하이닉스(-3.21%)는 모멘텀 부족 의견이 제시되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조선주들은 후판가격 상승 부담과 하반기 조선경기 하강 우려에 동반 급락세를 나타냈습니다.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현대중공업이 5.02% 급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중공업(-5.97%), 대우조선해양(-5.01%), 현대미포조선(-3.15%), STX조선(-3.55%) 등 조선주들이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에 위축되는 흐름이었습니다.

업종별로는 철강금속(3.89%), 은행(3.32%), 비금속(2.21%), 증권(1.39%), 전기전자(0.62%) 등이 오른 반면 의료정밀(-4.54%), 운수장비(-2.37%), 운수창고(-0.87%), 건설(-0.68%) 등이 내렸습니다.

한편 국제유가가 하루만에 반락했음에도 운송주들은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이 강보합(0.11%)에 그쳤고 아시아나항공(-3.03%), 현대상선(-2.82%), 한진해운(-0.42%), 대한해운(-1.31%), STX팬오션(-0.74%) 등 항공/해운주들이 대부분 약세를 보였습니다.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려온 금호그룹의 적극적인 IR 노력에도 불구 금호타이어 2대주주인 쿠퍼타이어가 3년만에 보유지분 전량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호그룹주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지주사격인 금호석유가 하한가로 추락한 것을 비롯해 금호산업(-11.90%), 금호타이어(-7.06%), 금호종금(-8.29%), 아시아나항공(-3.03%), 대우건설(-7.33%) 등이 동반 급락했습니다.

메릴린치 매각 해법 긍정적 평가

전일 美 3위권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하반기 대규모 상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신용위기 불안감을 조성했습니다. 필자는 상반기의 대규모 상각에 이은 추가 상각이 메릴린치의 손실 회계처리 방식과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매분기 상각이 시장의 충격을 우려해 규모가 축소됐을 여지가 있고 최악의 신용위기 국면을 지났다고 매번 공언해온 금융당국의 향후 정책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음날 메릴린치가 내놓은 자산담보부증권(CDO) 매각처리 방안은 시장에 짙게 깔린 신용불안감을 떨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메릴린치가 병주고 약주는 원맨쇼를 벌인 셈입니다.

메릴린치는 장부상 306억달러의 자산담보부증권(CDO)를 론스타에게 고작 67억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필자가 염려했던 부분인 '향후 부실자산의 추가 상각 가능성'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대폭 해소해주는 조치라고 하겠습니다.

보유한 자산이 얼마나 부실화됐는지를 정확히 밝히고 (매를 한꺼번에 모두 맞듯이) 무려 239억달러의 손실을 한꺼번에 계상함으로써 자산을 클린화시키겠다는 의지 표현입니다. "얼마나 부실을 숨기고 있을까"라는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시키고 향후 실적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금융권의 CDO 관련 리스크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는 증권가의 호평이 나온 것도 바로 이때문입니다.

메릴린치가 당장은 아픔이 있지만 하반기 손실 지속 우려을 단절시켜주는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증권사와 투자은행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부실자산을 상각처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기적인 충격이 있을 수 있겠지만 29일 美증시의 환호에서 보듯 시장은 미래를 내다보며 과거 부실에 대한 고해성사에 매우 관대한 편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반응에 다른 금융사들이 용기를 낼지, 또 시장은 계속 관대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신용위기가 정말 정점을 지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한가지 해법을 찾았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아직은 신중한 접근 필요

전일 IMF는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 등의 구조적인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바닥이 안 보이는 상태여서 신용부실이 성장 둔화를 더 오래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신용 불안감이 완화될 여지가 있고 신용경색이 주택시장의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기후퇴의 근원인 주택시장이 회복될 수 있는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호재들에 가려지긴 했지만 간밤 뉴욕에서 발표된 주택지표는 여전히 어두웠습니다. 미국 20개 대도시의 지난 5월 주택가격은 2001년 케이스/쉴러 지수 발표 이후 가장 큰 폭(전년동월대비 -15.8%)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 예상치인 -16%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지수 발표 이래 최대 하락률이며 17개월 연속 내림세입니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 디플레로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친숙한 외식업체인 베니건스의 파산신청은 소비심리가 얼마나 얼어붙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주식시장은 늘 꿈을 먹고 살지만 경기회복 징후가 어느정도 잡혀야 글로벌증시도 반등다운 반등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흘 연속 나타난 코스피의 음봉에서처럼 투자심리와 증시체력이 허약한 상태라 단기간내 국내증시가 급등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증시를 이끌어줘야할 반도체주 중심의 IT주들이 여전히 부진한 모습입니다. 하이닉스가 연중최저치를 갈아치웠고 삼성전자는 저점을 높이는데 실패한후 반등이 여의치 않은 상태입니다.

다른 섹터를 살펴본다면, 산업재들의 움직임도 신통치는 않습니다. 이날 철강주들의 강세를 이끈 재료는 단발성격이 강하고 조선주들은 IT주들과 마찬가지로 하반기 업황 논란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금융주들은 미국의 신용관련 뉴스에 따라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등 증시가 방향전환의 동력으로 삼을만한 섹터가 마땅치 않습니다.

금호그룹주들의 급락은 루머의 진위 여부를 떠나 신용위기 이슈가 바다 건너 미국만의 문제만이 아님을 흉흉한 증시 분위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일 하락갭을 메운 점은 긍정적이지만 외국인의 흔들림없는 매도행진에서 보듯 주식을 서둘러 사야한다는 당위성을 찾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대외변수들의 개선 가능성에도 불구 모멘텀, 기술적 측면에서 좀더 선명한 반전 시그널이 확인될 때까지는 보수적 마인드를 견지하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본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으며 필자와 슈어넷(www.surenet.co.kr)의 동의가 없는 무단전재 및 재배포는 위법행위입니다.

[ 자료제공 : ‘No.1 증시가이드’ 슈어넷(www.surenet.co.kr) 전화 : 835-8535 ]

<이 기사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종류의 투자와 관련해서도 본사의 의도가 담겨지지 않았음을 밝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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