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테마株' 믿다가 쪽박차기 십상

입력 2008-07-29 09:29 수정 2008-07-3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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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구본호 이어 두산가 박중원 구속 재벌가 3~4명 검찰 수사 향배는

'재벌 테마株' 믿다가 쪽박차기 십상

LG가 구본호 이어 두산가 박중원 구속 재벌가 3~4명 검찰 수사 향배는

장익창기자@이투데이 [ sanbada@e-today.co.kr ]

"재벌 테마주란 소식에 대출까지 받아가며 투자했는데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편승 투자한 게 죄라면 죄겠지요. 결국 빚더미에 앉고 말았습니다." (직장인 P모씨.)

"거래소 상장기업에 비해 시가총액이 낮고 주식수도 적다는 코스닥의 맹점을 악용해 자기들은 주가를 떡 주무르듯 해서 돈 벌고 주가 상투를 잡은 개미투자자들만 쪽박을 차게 만듭디다. 사법당국과 금융당국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단을 촉구합니다." (개인투자자 Y모씨.)

7월 들어 LG가 방계 3세인 구본호 씨와 두산가 4세 박중원씨가 주가조작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증시 호황에 맞물려 재벌가 자제들의 손을 대는 이른 바 '재벌 테마주'는 급등 뒤 현재 급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어 개미투자자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들이 더이상 '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주가조작의 손' 또는 개미들의 저승사자인 '개미핥기'라는 비판마저 나돈다.

현재 사법당국인 검찰이 재벌가 자제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와 함께 금융당국 역시 가진 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근절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 재벌가 자제들 연루 주식 성적표 뜯어 보니

대표적인 재벌 테마주들의 1년간 주가 성적표를 뜯어 본다. 재벌 테마주의 선봉엔 단연 LG가 방계 3세로 구몬무 LG회장의 6촌 동생이기도 한 구본호 범한판토스 대주주가 서왔다.

구 씨는 지난 6월 20일 증권거래법 위반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체포된 후 김우중 대우구명로비사건 연루 혐의로 이달초 구속됐다.

2006년과 지난해까지 구 씨는 투자에 손대는 족족 주가가 상승하며 '미다스의 손'이란 칭호를 받아 왔다. 하지만 현재 그는 구속과 함께 기타 재벌 테마주들의 하락을 주도하는 위치에 서 있다.

지난해 8월 10일 동일철강 주식은 1주당 9만7000원이었다. 하지만 구 씨가 투자에 나섰다는 이유로 불과 한달사이에 1주당 161만원까지 급등하며 황제주로 등극했다.

1년이 채 안된 현재 그간 주식분할과 유상증자 등으로 인해 주식가치가 크게 희석된 데 이어 구 씨의 구속 등으로 이달 현재 동일철강의 주가는 1주당 2만2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른 '구본호 테마주'인 엠피씨와 레드캡투어 상황도 마찬가지다.

엠피씨는 지난해 9월 13일 1주당 2만1550원의 최고점을 찍은 이후 올 7월 8일에는 3300원까지 곤두박질쳤으며 현재 4000원선 전후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레드캡투어는 지난해 8월10일 3만3050원까지 올라섰으나 올 7월 21일 8700원까지 떨어졌고 현재 9000원선에서 거래중이다.

박용오 전 두산 회장의 아들로 두산 4세인 박중원 전 뉴월코프 대표도 증권거래법 위반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2005년 두산가 형제의 난 이후 두산가로부터 아버지를 포함해 일가가 제명당한 박 씨는 와신상담 끝에 지난해 3월 코스닥 기업인 뉴월코프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의 인수가 이뤄지기 전만 하더라도 뉴월코프의 주식은 1주당 2000원선이었다. 하지만 그가 경영권 인수 시기인 지난해 3월21일 뉴월코프 주가는 1주당 1만4225원까지 올라선 바 있었다.

하지만 박 씨는 사업차질과 유상증자 실패 등 경영상의 실패로 지난해 12월 회사 경영권을 양도했다. 이후 이 회사의 주식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7월들어 그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본격화되면서 7월 3일 1주당 720원까지 떨어졌고 현재 1주당 1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까지 지난 1년간 주가 추이를 비교해 보니 다른 재벌 테마주들도 반짝하다가 사그러지는 상황이 역력하다.

지난해 8월 동국제강그룹 창업주의 증손자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글로포스트는 지난해 9월12일 1주당 3만6344원까지 치솟은 바 있었다. 하지만 올 7월17일 1960원까지 내려갔으며 현재 2300원선 전후에서 거래중이다.

I.S하이텍은 지난해 6월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정일선씨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I.S하이텍 지난해 7월 31일 1주당 2310원에서 거래되다가 지난 5월 350원까지 추락했다. 현재 800~900원선 전후에서 거래중이다.

지난해 SK그룹 2세 최철원씨가 인수한 M&M은 지난해 10월5일 3080원에서 이달 3일 645원까지 떨어졌다. 한국도자기 3세 김영씨가 대표이사인 코디너스는 지난해 8월 10일 2만300원까지 올라갔으나 이달 8일 8000원까지 떨어진 후 현재 1만원선에서 거래중이다.

◆ 엄격한 잣대로 철저히 파헤쳐내야

검찰의 구본호 씨에 대한 구속수사는 지난해 금융감독당국도 조사를 벌였지만 불공정거래 의혹과 무관한 것으로 결론내린 것을 재벌가 자제들에 대한 주가 조작혐의에 대한 전방위 수사와 관련해 집중조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구 씨는 구속 당시 "투자한 주식들이 급등한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 였을 뿐"이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 열린 공판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구속된 박중원 씨는 그간 검찰 수사 결과 주식을 한 주도 사지 않았으면서도 산 것처럼 거짓 공시를 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주가를 띄운 작전 세력이 따로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박씨는 또 지난해 12월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삿돈 100억원 가량을 빼내 빚을 갚는 등 개인적으로 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박씨는 횡령 사실을 감추려고 빼돌린 돈을 다른 회사 인수자금으로 쓴 것처럼 거짓으로 서류를 꾸미고(사문서 위조 행사), 거짓으로 회계 처리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총수 일가 후계구도에서 배제된 재벌가 자제들이 코스닥 시장에 눈독을 들여 오고 있는 일은 어제와 오늘일이 아니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거래소 상장사들에 비해 주가를 조작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사기적 부정거래, 허위공시, 신고의무 위반, 횡령과 배임, 분식회계 위험 등에 취약하다"며 "재벌가 자제들은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후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추가적으로 지분을 확보한 뒤 주가가 오른 뒤 물량을 털어내는 게 전형적"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재벌가 자제들의 연루 소식으로 인한 투자는 대박보다는 쪽박 찰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개미 투자가들은 재벌가 사람들이 돈에 관한한 천부적인 감각을 가졌다는 것에 의심치 않는다. 특히 재벌가 자제들이 투자했다는 데 뭔가가 있겠지라는 기대심마저 가지는 이들도 많다.

문제는 이들이 투자했다는 소식에 뒤늦게 끝물에 편승 투자한 경우다.

투자자 K모씨는 "지난해 총 10일이 넘게 상한가를 치는 중에 며칠간은 주식을 살려고 했지만 매진이라 살수도 없었다. 그래서 9일 째 되는 날에야 어렵사리 거금을 들여 해당 주식을 있는 대로 다 샀다. 하지만 그게 끝물일 줄이야."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달 공식 석상에서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악덕 경제사범에 대해 지난 2002년 증권거래법과 선물거래법을 개정해 50억원이 넘으면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재벌 2~3세들의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들이 중대한 법위반을 저질렀을 경우 '무기징역'에 처해 사회 규범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성토한 바 있다.

검찰은 구속 수사중인 구 씨와 박 씨에 이어 현재 3~4명의 재벌가 자제들을 추가 수사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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