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동산 시장, "위기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입력 2008-06-03 07:37 수정 2008-06-0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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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자본이 대거 투입된 베트남 시장이 심상치 않다. 급락하는 경제와 대외 무역 적자, 그리고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따라 'IMF 경제위기'마저 거론되고 있는 곳이 지금의 베트남의 상황이다.

증시發 충격파도 크다. 호치민 증시의 VN지수는 지난해 연말 최고치였던 1170포인트에서 420포인트로 불과 6개월여만에 60%란 기록적인 폭락세를 기록했다.

◆베트남 경제위기, 발단은 인플레이션

베트남의 경제위기설은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비롯되고 있다. 올해 들어 5월 현재 소비자 물가 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5.2% 상승한 상태. 경제 위기 상황에 아니면 폭등세가 나타나지 않는 쌀 등 식료품값만 해도 최근 1년새 20%이상 치솟는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인플레는 1920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을 방불케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거주하는 한국인 여행사 대표 이 모씨는 "3년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1억원을 갖고 들어오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았지만 이젠 5억원을 들고와도 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없다"며 베트남 시장에 만연한 인플레를 설명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수도로 지칭되는 호치민시 도심지역인 1군의 사무실 임대료는 지난 2006년 100㎡기준 월 500~800달러에 달했지만 2년새 임대료는 무려 1500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베트남 정부의 경제 대책은 주로 물가 잡기에 집중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시장의 자금 유동성을 최소화하는데 집중, 최근 1년 새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 기준금리 인상, 통화안정채권 매각 등의 고육책을 쓰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 폭은 한국의 IMF 위기 시절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 지난 3월 당시에는 콜금리가 44%까지 치솟기도 했다. 5월 들어 금리는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콜금리는 30%대에 머물고 있어 베트남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 경고도 나와

무역적자 확대폭이 커지면서 외채상환능력도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5월까지 베트남의 무역적자는 146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적자 폭인 144억달러(약 15조원)를 넘어선 상황. 이에 따라 27조원으로 추정되는 베트남의 외환보유액은 더욱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버블 붕괴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트남에서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70년대 '강남 아줌마'들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베트남의 경우 증시는 '큰 손'들의 놀음판으로 여겨질 뿐 일반인의 주식투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베트남 투자수요의 관심은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해외 베트남 거주자(비엣교:Viet kieu)들의 자국내 부동산 소유를 허가한데 이어 외국인들에 대한 자국내 부동산 소유도 허용한다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

그런 만큼 부동산 버블 붕괴가 시작되면 이제 갓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베트남 부동산시장에 적지 않은 위험요소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5년 전 현지 건설업체가 분양한 '미칸(My Khanh) 아파트' 150㎡형은 두어달 전만 해도 55억 동(VDN:3억4000만원대)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40%가량 떨어진 33억동(2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즉 물가를 잡으려는 베트남 정부의 긴축재정이 오히려 경제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게 베트남 전문가들의 지적인 것이다.

◆성장통일뿐 위기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설(說)에 대해 정작 베트남 현지는 크게 동요치 않고 있는 입장. 인플레이션이 심한 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베트남 경제는 활기있게 돌아가고 있다. 호치민 현지 감정평가법인 이사 여옥준씨는 "다이와 증권 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 일본과 미국 자본의 음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통상 있을 수 있는 경제난을 마치 모라토리움 직전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대해서도 베트남 현지의 분석은 희망적이다. 즉 단기 채무상환액이 늘었을 뿐 6월 이후로 예정된 쌀 수출이 재개되면 무역수지 적자도 상당부분 만회가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외환보유액도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과 비교할 때 여유가 있다는게 베트남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베트남 현지 호치민과 다낭에서 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벽산건설의 해외사업본부장 정인섭 상무는 "베트남의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이로 인해 IMF위기로 추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올들어 투자자금을 회수한 국가는 지난해 투자 1위였던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듭된 버블 붕괴설도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아직 잃을 것이 적은 베트남 경제 상황에서 버블 붕괴는 극심한 경제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투자 자본이 들어오기에 더욱 좋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훈 코트라(KOTRA) 호치민 무역관장은 "현 베트남 경제 상황은 대응방법에 따라서는 위기로 전개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베트남 경제의 펜더멘털이 여전히 탄탄한데다 개발 여력이 풍부해 외환위기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도성장기의 개도국이 겪는 일시적인 성장통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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