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재규어 XF, 새로운 역사를 쓰다

입력 2008-05-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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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장인정신’과 ‘고집’이다. 영국의 전통 있는 브랜드들은 지금 모두 외국 자본에 팔렸지만, 그 중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색채를 지닌 몇 안 되는 메이커가 바로 재규어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이미지는 재규어의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J-게이트’로 불리는 변속기는 전문가들 사이에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졌지만 꿋꿋이 지켜나갔고, 계기판에 변속 레인지 표시를 하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유난히 낮은 트렁크 리드도 그런 맥락이다.

이런 재규어가 ‘환골탈태’했다. 변화의 조짐은 지난해 컨셉트카 C-XF를 내놓을 때부터 예견된 일었다. C-XF는 스타일부터 전혀 ‘재규어스럽지’ 않게 늘씬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설마 그대로 나오겠냐’고 생각한 사람들을 비웃듯이, 양산차는 컨셉트카와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완성됐다.

제주도 샤인빌 리조트에서 만난 XF는 납작한 과거의 재규어가 아니었다. 볼륨감을 적당히 살린 차체는 모든 부분이 매끄럽다. 뒷도어를 포함한 리어 쿼터뷰는 렉서스 GS가, 테일램프 부분에서는 애스턴 마틴의 감각이 느껴졌다.

실내 역시 고풍스러운 과거 재규어의 모습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달라졌다. 대시보드 위쪽까지 가죽으로 감싼 ‘럭셔리함’은 여전하지만, 전체적으로 단정하게 정돈된 느낌이 강하다. 우드그레인의 사용을 자제하고 스위치를 단순화한 덕분이다.

재규어의 디자이너 이안 칼럼은 XF를 디자인하면서 “차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의 공언대로 차안에 들어서면 시동키가 깜박거린다. 마치 심장이 뛰는 듯한 모습이다. 램프나 내부 열림 장치는 손을 대면 작동하는 '재규어 센스'를 적용했다. 시동 키를 누르면 그제야 원형의 기어가 튀어나온다. 마치 오디오를 조작하듯 P레인지에서 D레인지로 돌리면 주행 준비 끝.

XF는 D레인지에서 수동 변속할 경우 패들 시프트 외에는 방법이 없다. 패들 시프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위해서인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패들 시프트를 익숙하게 다루는 이가 많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기존의 기어 레버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은 어디든 있게 마련이다.

여하튼 XF의 새로운 주행방식은 논란의 여지와 함께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적절히 타협했다.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고속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탄탄하게 세팅한 점이 인상적이다.

XF의 엔진은 국내에서 두 가지로 출시된다. 경제성 높은 2.7D 디젤과 4.2 가솔린 엔진이 그것이다. 4.2 가솔린의 경우 420마력짜리 슈퍼차저 엔진으로, 스포츠 세단의 피가 흐르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출력의 XJR에 비해 ‘윽박지르는 맛’이 조금 부족하다. 부드러운 변속에 초점을 맞춘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와 대해 재규어코리아의 윤성혁 과장은 “처음에는 그렇게 느낄 수 있을 수 있지만, XF의 몸무게가 가벼워 궁극적으로는 XJR보다 더 빠른 속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중저속에서는 개인적으로 2.7D의 토크 감각이 더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시내에서 만큼은 파워 부족을 느낄 일이 없을 것 같다. 대신 4.2 모델에는 2.7D 모델에 없는 다이내믹 DSC 모드가 있다. 이 기능을 선택하면 주행안정장치인 DSC가 on과 off의 중간 상태로 유지되어 차체의 슬립을 즐기면서도 안정감을 유지해준다. 시승코스에서는 이 기능을 확인할 만큼 속도를 낼 수 없었으나, 매우 흥미로운 장비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XF는 재규어에 관한 선입견을 모두 날려버릴 만큼 획기적인 세단이다. 일본 세단만큼이나 섬세하면서도 유럽 세단의 중후한 감각을 잃지 않았다. 꼼꼼한 품질의 유럽 세단을 찾는 이라면 XF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재규어 XF 2.7D 프리미엄

레이아웃-------앞 엔진, 뒷바퀴 굴림, 4도어, 5인승 세단

엔진, 기어----- V6 2.7ℓ 디젤 터보 엔진, 207마력/44.4kg ․ m 자동 6단

길이×너비×높이-4961×1877×1460mm

서스펜션 앞/뒤--모두 더블위시본

타이어 앞, 뒤---모두 245/45R18

연비, 가격------12.2km/ℓ, 7990만원

BEST---------기존 재규어의 불만은 모두 사라졌다

WORST-------기어 변속 방식이 생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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