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명문(名文)

입력 2018-08-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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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전공이 중국고대문학이고 서예가 부전공이다 보니 거의 매일 한문을 접하는 생활을 한다. 평소 논문이나 저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도 필연적으로 중국의 경서나 개인의 시문집 등을 보고, 우리나라 선현들이 남긴 글들도 자주 접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문을 접하다 보면 정말 외워두고 싶은 구절을 적잖게 발견하곤 한다. 그런 구절을 따로 모아두었다가 서예작품의 서제(書題:글씨 감)로 활용하기도 하고, 나만의 느낌을 담은 해설을 덧붙여 책을 내기도 한다. 이처럼 ‘한문 속 지혜’를 찾는 것이 어느새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필자는 신문에서 아주 짧은 명문을 발견했다. 이낙연 총리가 고 노회찬 의원을 조문하고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저희는 노(魯) 의원님께 빚을 졌습니다. 魯 의원께서 꿈꾸신 정치를 못했습니다. 예의로 표현하신 배려에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익살로 감추신 고독을 알아 드리지 못했습니다. 안식하소서. 2018. 7. 26 이낙연 곡(哭:울음)”

우리 사회는 그동안 예의를 갖추고 배려를 담아 하는 말은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시하며 ‘말발[빨]’이 서지 않는 무기력한 말로 여겼다. 억지를 쓰며 고함을 치고 삿대질을 하며 큰 소리로 꾸짖듯이 하는 말이 관심을 끌었다. 그런 말을 훨씬 더 무서워하며 심지어 ‘사이다’같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는 표현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헤아려 보려는 마음을 갖지 않았다. 표현하지 않은 것은 그냥 없는 것이었다. 내심 짐작을 하면서도 ‘말하지 않으니 알 수가 있나?’라고 하며 전혀 모른 척했다. 그래서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나 고독했다.

나부터 반성하고자 한다. 예의를 갖춰 말하고 남을 배려하고 또 말하지 않은 말을 알아들으려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내가 죽었을 때 내게도 누군가가 이낙연 총리의 이 명언만 한 말을 방명록에 남겨 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도록 정말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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