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한풀 꺾이다

입력 2018-08-06 10:4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더위가 재난 수준이다. 환경을 파괴한 인류의 만용에 자연이 벌을 내리고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까지 하다. 내일 8월 7일은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立秋)이다. 예년에는 입추가 되면 대개 더위가 한풀 꺾이곤 했다. 금년 입추인 내일, 제발 더위가 한풀 꺾이기를 하느님께 빈다.

풀이 꺾였다는 것은 활기나 기세가 전과 같지 않고 어느 정도 숙었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은 모시나 삼베, 무명 등으로 지은 옷은 풀을 물에 갠 풀물에 넣고 치대어 풀물이 천 속으로 적절히 스며들게 한 다음 약간 촉촉한 기운이 남아 있을 때까지만 말린 후 다리미로 잘 다려서 입었다. 그렇게 하면 옷이 빳빳해져서 살갗에 달라붙지 않고 통풍이 잘 되므로 훨씬 시원하다.

특히 모시옷은 그렇게 풀을 먹여 놓으면 마치 잠자리 날개처럼 반투명인 채로 빳빳한 상태를 유지하며 걸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까지 냄으로써 무척 시원하게 보이고 맵시 또한 일품이다. 이처럼 정성 들여 풀을 먹이고 다려서 손질한 옷이지만 며칠 입으면 땀이 배기도 하고 더러는 비를 맞아 먹인 풀의 빳빳한 기운이 한 단계 꺾이게 된다. 이게 바로 ‘한풀 꺾인’ 상태이다.

이처럼 옷의 풀이 한풀 꺾인 상태를 덥거나 추운 날씨, 혹은 극성을 부리던 어떤 상황이 조금 누그러졌을 때에 적용한 말이 바로 ‘한풀 꺾이다’이다. 이때의 ‘한’은 수량이 하나임을 나타내는 말로서 ‘한 단계’라는 의미이다.

풀기가 한 단계 꺾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나도 없을 때는 ‘풀이 죽었다’라고 한다. 풀을 먹였던 옷의 풀기가 죽으면 옷은 후줄근해져서 아주 볼품이 없을 뿐 아니라 치렁치렁 몸에 감기는 느낌이 들어서 덥고 불쾌하다. 이런 상태를 사람에게 적용하여 주눅이 든 사람, 즉 겁이 나서 기를 펴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마음이나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풀이 죽었다’고 표현한다. 더위는 한풀 꺾이는 게 반갑지만 국민은 풀이 꺾이거나 죽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중기부, '모두의 창업' 개인정보 유출 사과...1차관 정례 점검회의 신설
  • 삼성SDI, 6.32% 급등 마감⋯증권가가 ‘톱픽’으로 꼽은 이유는 [찐코노미]
  • 거래소, 프리마켓 시행 내년 말로 연기···애프터마켓은 기존안대로 9월 시행
  • '골드 러시' 식었다…골드뱅킹, 6개월 만에 1조원대로
  • 스페이스X, 200억 달러 회사채 발행⋯IPO 이어 대규모 자금 조달 [종합]
  • 한국, 멕시코에 0-1 패배⋯조별리그 2차전 무승 못 깼다 [북중미 월드컵]
  • "강북마저 만만치 않네"⋯전세난에 등 떠밀린 실수요자 '한숨'
  • "월 50만원 넣었더니 2200만원?"…청년미래적금 흥행 예고
  • 오늘의 상승종목

  • 06.1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171,000
    • +1.54%
    • 이더리움
    • 2,631,000
    • +1.94%
    • 비트코인 캐시
    • 302,200
    • +0.9%
    • 리플
    • 1,742
    • +1.4%
    • 솔라나
    • 110,800
    • +5.52%
    • 에이다
    • 247
    • +0.82%
    • 트론
    • 494
    • +1.02%
    • 스텔라루멘
    • 327
    • -0.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17,940
    • +2.4%
    • 체인링크
    • 12,070
    • +0.58%
    • 샌드박스
    • 92.14
    • +19.6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