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의 햇살과 바람] “우리 함께 울어요”

입력 2018-04-27 12:5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일본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만나서 우는 모임이 있다. ‘루이카스(淚活)’다. 서로 고민을 털어 놓고 공감되는 부분에서 손잡고 울고 또 우는 모임이다. 물론 모르는 사람끼리다. 친족인 형제자매나 친구, 부모,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가까우면 갈등도 심해서 ‘우는 모임’에 가서 모르는 사람과 함께 울고 나오는 모임이다.

일본 도쿄에서는 2016년 11월 ‘나키페스(ナキフェス)’라는 ‘울음축제’가 열렸다. 입장료가 5만 원이 좀 넘었는데 350여 명이 참가했다. 나이·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입장료만 내면 가서 울 수 있는 모임이다. 눈물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국의 문화센터에는 ‘웃는 모임’이 이미 있다. 건강을 위한 모임인데 바보 같지만 억지로 웃다보면 진짜 웃음이 나온다고 들었다.

아마도 웃음만큼 우는 행위도 건강 문제이지만 울음에는 정신적인 문제가 더 영향이 있을 듯도 하다. 그러나 우는 모임은 긍정적인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웃음의 뒤끝은 쉽지만 눈물의 뒤끝은 마음을 건드리는 일이라 어렵다는 이야기다.

우리 집은 여섯 딸에 아들이 하나다. 아버지의 잦은 외도로 어머니에겐 그 아들 하나가 곧 생명이었다. 어머니는 이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 강한 남자로 키워 어머니의 아픔을 들어올려주는 강인함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랑만큼 간섭이 많았다. 훌쩍이는 것을 차단했으며 밥투정에도 매를 들었고 어쩌다 눈물을 보이면 “사나이는 울면 안 된다”라고 소리치고 닦달을 하셨다.

그 시절 어머니로부터 들은 ‘남자 혹은 사나이’라는 말은 내 생에 내린 빗줄기와 같을 것이다. 울면 결코 남자가 아니라는 어머니의 교육은 결과가 그렇게 썩 좋지 않았다. 그렇게 남자들은 울지도 훌쩍이지도 못하며 청년시절을 지내고 연애할 때도 여자에게 강한 남자가 돼야 하고, 그래서 우는 모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양이다. 남자로 당당하게 보이고 싶어 남편이 되어서조차 울음을 꺼내지 못했다.

아이가 둘이나 있을 때쯤 너무나 격한 슬픔에 아내 손을 잡고 울려고 했더니 아내가 손을 뿌리쳤다는 이야기를 술 두어 잔 마시고 동생이 했다. 말하는 표정은 웃고 있었는데 눈물이었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베흐트(M.C.Becht)는 2006년 30개국 대학생 2323명의 우는 횟수를 조사했는데 한 달에 남자는 1.0번, 여자는 2.7번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세계적 추세이긴 하지만 새로운 이 시대는 남자도 울어야 한다고 작심을 한 것같이 보인다. ‘함께 울어요’라는 3040 모임은 일본에서 시작됐지만 우리나라에도 눈물 모임이 있다. 놀라운 것은 우는 사람 눈물 닦아주는 꽃미남 서비스도 있다는데 가격이 8만 원정도 된다고 한다. 눈물치료사다. 꽃미남이 방문해 눈물을 닦아주고 같이 울어 준다면 언뜻 어느 병이라도 치유될 것 같지만 글쎄… 잘 모르겠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남자가 반드시 강인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눈물을 흘리는 일은 건강 문제로 부각했다. 그러나 정서적인 것이 더 크지 않겠는가. 눈물도 표현의 일부가 아닐까. 그리고 감정의 자연발생적 표현이어야 할 것이다. 남자도 울어야 하지만 지금도 참고 견디는 사나이가 더 많다. 견디는 힘이 인간의 힘이다. “아 뜨거운 눈물 사나이 눈물”이라는 후렴이 있는 나훈아 씨의 노래가 떠오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충전 불편한 전기차…그래도 10명 중 7명 "재구매한다" [데이터클립]
  • "'최강야구'도 이걸로 봐요"…숏폼의 인기, 영원할까? [이슈크래커]
  • 신식 선수핑 기지?…공개된 푸바오 방사장 '충격'
  • 육군 훈련병 사망…완전군장 달리기시킨 중대장 신상 확산
  • 박병호, KT 떠난다 '방출 요구'…곧 웨이버 공시 요청할 듯
  • 북한 “정찰 위성 발사 실패”…일본 한때 대피령·미국 “발사 규탄”
  • 세계 6위 AI국 韓 ‘위태’...日에, 인력‧기반시설‧운영환경 뒤처져
  • 4연승으로 치고 올라온 LG, '뛰는 야구'로 SSG 김광현 맞상대 [프로야구 28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834,000
    • -1.47%
    • 이더리움
    • 5,343,000
    • -0.69%
    • 비트코인 캐시
    • 652,500
    • -3.76%
    • 리플
    • 733
    • -1.08%
    • 솔라나
    • 234,000
    • -1.06%
    • 에이다
    • 634
    • -2.01%
    • 이오스
    • 1,123
    • -3.61%
    • 트론
    • 154
    • -1.28%
    • 스텔라루멘
    • 150
    • -1.96%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200
    • -1.52%
    • 체인링크
    • 25,700
    • -0.81%
    • 샌드박스
    • 626
    • -1.4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