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금융업에서 사람 대체?...업계 속내는 복잡

입력 2018-04-1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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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인 전망이 부풀려져 있어...‘AI 함정’ 경계해야”

▲미국 뉴욕에 있는 JP모건체이스 본사 건물.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에 있는 JP모건체이스 본사 건물.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유수의 글로벌 은행들이 인공지능(AI)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금융 산업에서 AI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업무를 모두 AI가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된 면이 있다고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은행들은 10년간 수익성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의 잠재성은 그런 은행에 비용을 절감하게 해줄 한 줄기 희망이다. 도이체방크의 존 크라이언 전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9만8000명의 직원 중 절반가량을 로봇으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천명했다. 며칠 전 크라이언 CEO가 임기를 2년 남겨두고 도이체방크를 떠난다고 밝히면서 그의 약속은 지켜지기 어려워졌지만, AI가 금융 산업에 깊숙하게 영향을 미치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비크람 판디 전 씨티그룹 수석 애널리스는 은행 업무의 30%가 5년 안에 AI로 대체될 것으로 점쳤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도 오는 2027년까지 전체 인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9000명의 직원을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2010년 방코산탄데르는 스페인에 있는 방문객 센터를 찾는 고객을 위해 손님 안내 로봇을 선보였다. UBS는 고객 서비스 업무에 아마존의 음성인식 AI 비서인 알렉사를 이용하고 있고, JP모건체이스는 트레이딩 업무에 AI를 사용한다. 모건스캔리는 금융 사기를 탐지하는 업무에 활용하고, HSBC는 자금 세탁, 사기, 테러 자금 지원을 탐지하는 데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국제투자신탁회사 로베코의 제론 반 오를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AI의 활용 여부가 금융업의 승자와 패자를 가를 것”이라며 “특히 효율적인 백오피스 운영에 AI는 경쟁력을 갖추게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FT가 글로벌 은행 30개를 대상으로 AI 사용에 대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마냥 장밋빛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30개 은행은 AI의 중요성에는 모두 공감했으나 그것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에 관한 전략은 모두 달랐다. 한 유럽계 은행은 현재 500~800개의 AI를 실제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스웨덴 노르디아은행의 경우 도입한 AI 시스템이 25개뿐이라고 밝혔다. 책정한 AI 예산 규모도 연간 300만 달러(약 32억 원)에서 1500만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전반적으로 은행들은 업무 전반에서 AI를 실험하고 있으면서도 알려진 것만큼 AI 사용을 낙관적으로 보진 않았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에서 AI 연구팀을 이끄는 포테이니 아그라피오티 소장은 “사실 지금까지 AI가 해결한 업무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계와 인간이 같은 수준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며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주장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카시스토의 조르 고어로브 CEO는 “은행 업계는 AI의 역량을 비현실적으로 과장하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AI가 100% 업무를 전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샤미크 쿤두 최고데이터책임자(CDO)는 “14개의 AI 프로젝트 중 20%가량이 비용 절감과 업무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대부분은 업무 능률을 간접적으로 향상하고, 위험을 줄이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정의하는 AI는 인간이 하는 일의 보조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ING은행은 “우리는 고객에 더 스마트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다”며 ”따라서 AI 사용을 ‘인력 대체’가 아닌 ‘인력 강화’로 여긴다“고 밝혔다.

AI가 사용되기에 적합한 분야를 선별하는 것도 예상보다 까다롭다. 산탄데르의 린드시 아르갈라스 디지털 담장 책임자는 “AI 만능주의와 같은 ‘AI 함정’에 빠지기 쉽다”며 “AI는 기존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금융업을 장악하려는 뚜렷한 신호도 아직은 없다. 10년 전 손님 안내 로봇을 선보인 산탄데르는 현재 1만3697개의 지점 중 공식적으로 AI를 도입한 지점이 한 곳도 없다. 스탠다드차디드의 쿤두 CDO는 “금융업의 AI 투자가 결실을 볼지를 지금 논의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AI가 유용한 분야는 분명히 있다. 산탄데르은행의 벤처투자 자 회사인 산탄데르이노벤처스의 파스칼 부비에 애널리스트는 “반복적인 정산 업무의 경우 AI의 접근성은 매우 좋다“며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하기에 매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그라피오티 소장은 “뉴스 분석, 세계적인 이벤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AI가 쓸모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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