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기선(機先)과 선수(先手)

입력 2017-11-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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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앞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거나 기회를 잡았을 때 우리는 흔히 “기선을 잡았다”, “선수를 쳤다” 등의 말을 한다. ‘기선’은 ‘機先’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기틀 기’, ‘먼저 선’이라고 훈독한다. ‘기틀 기(機)’의 ‘기틀’은 ‘어떤 일의 가장 중요한 계기나 조건’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機先은 ‘가장 중요한 계기나 조건을 먼저’라는 뜻이다.

흔히 뒤에 동사 ‘잡았다’를 넣어 “기선을 잡았다”라고 말한다. 운동 경기나 싸움 등에서 상대편의 세력이나 기세를 억누르기 위해 먼저 행동하였고, 그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할 때 “기선을 잡았다”는 표현을 한다.

더러 기선을 잡은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기선을 제압하였다”라는 말도 하는데, 제압은 상대를 통제하거나 억누를 때 하는 표현으로, 자신이 기선을 잡은 것을 ‘제압했다’고 하는 것은 적잖이 어색하다. 물론 상대의 기선을 내가 제압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뜻이라면 응당 “상대 선수의 기틀을 우리 선수가 먼저 나서서 제압하는군요”라는 식으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선수는 ‘先手’라고 쓰는데, ‘手’는 ‘손(hand) 수’이므로 ‘先手’는 ‘먼저 손을 쓴다’는 뜻이고, 손을 쓴다는 것은 직접 행동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선수는 상대가 행동하기 전에 내가 먼저 행동함으로써 상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경쟁 사회에서는 기선을 잡는 것도 필요하고, 선수를 치는 것도 필요하다. 기선을 잡는 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지만 선수를 치는 것은 능력과는 관계없이 기회를 잘 살펴서 눈치 빠르게 먼저 행동만 하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기선을 잡는다는 말은 대부분 좋은 의미이지만 선수를 쳤다는 말은 더러 비열한 행위를 뜻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를 치려고 약삭빠르게 행동하기보다는 기선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보다 더 바람직한 삶의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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