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지 기반이었던 빈곤층이 돌아서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5월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며 ‘허니문’기간이 끝났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여론조사업체 SWS가 9월 23~27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만족도는 지난 6월보다 18%포인트 하락한 48%를 기록했다. 이는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에서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자 비율을 뺀 것이다.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67%를 나타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60%로 6월 조사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취임 후 16개월 만에 최저치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낮아진 배경은 지지 기반인 빈곤층이 등을 돌린 데 있다. SWS는 사회경제적 계층을 5단계로 나눈 조사결과 최하층과 두 번째로 낮은 계층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각각 32%포인트, 17%포인트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상위 계층에서는 2%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FT는 “여론조사 결과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비판을 촉발시켜 두테르테 대통령의 분노를 일으킨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와 연관이 있으며, 무차별적인 살인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빈곤층 시민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명서에서 “마약과의 전쟁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체포되고 사망했지만 사회·경제적으로 하층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고통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러한 죽음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의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이번 조사결과가 “불길한 경고”라면서 “만연한 살인과 가짜뉴스, 수많은 부정부패 혐의로 인해 불만이 전국 각지에서 계층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필리핀 대통령궁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 대변인은 “여론조사는 일시적인 분위기를 나타낸다”며 지난달 전국적인 항의 시위에서 “일시적인 감정이 흘러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월 마약과의 전쟁에서 사망자는 7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8월에는 미성년자인 17세 소년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해 항의 시위가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들과 사위가 마약 밀수에 연루되었다는 스캔들이 발생해 상원 청문회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