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역임(歷任)

입력 2017-09-19 10:4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얼마 전 지인 아들의 결혼식에 갔다. 사회가 주례를 소개하는데 “현재 ○○의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계십니다”라고 한다. 역임의 정확한 뜻을 모르는 채 ‘뭔가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는 사람을 소개할 때 쓰는 말’일 것이라는 짐작으로 ‘역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한글 전용을 강력하게 주장한 최현배가 “말은 동전의 액면처럼 현시적, 평판적으로, 즉 사회에서 사람들이 A라는 뜻으로 사용할 성싶으면 나도 그냥 A라는 뜻으로 사용하면 그만이지, 굳이 그 어원이나 본래의 뜻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정말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본래의 바른 뜻을 찾아 쓸 필요가 없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말은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약속이 불분명하여 자의적으로 사용하면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오해와 분란은 말로 인하여 생긴다. 어원을 무시한 채 ‘현시적’, ‘평판적’으로만 사용하면 되겠는가!

역임은 ‘歷任’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지낼 역(력)’, ‘맡을 임’이라고 훈독한다. 따라서 ‘역임’은 ‘지나간 맡은 일’, 즉 과거에 맡았던 일을 일컫는 말이다. “○○○님께서는 ○○○. ○○○ 등을 두루 역임하셨고, 지금은 ○○로(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라고 해야지 “현재 ○○○를(을) 역임하고 계십니다”라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혹자는 ‘力任’이라고 쓰고 ‘힘써 맡고 있다’고 풀이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말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직 국어사전에 ‘역임(力任)’이라는 단어는 올라와 있지 않다. 지금까지 사회적 약속으로서의 ‘역임’은 ‘歷任’만 있을 뿐이다.

‘歷任’을 잘못 사용하여 ‘현재 ○○를(을) 역임하고 있다’고 해놓고서는 ‘力任’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오용을 합리화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즐거우세요?” 밈으로 번진 방시혁-민희진 내분…‘하이브 사이비’ 멱살 잡힌 BTS [해시태그]
  • 단독 부산‧광주‧대구 ‘휘청’…지역 뿌리산업 덮친 ‘회생‧파산 도미노’
  • '겨드랑이 주먹밥' 등장한 일본…10배나 비싸게 팔리는中
  • 홍콩은 거래 시작인데…美 이더리움 현물 ETF는 5월 승인 ‘먹구름’
  • HLB, 간암 신약 美FDA 허가 초읽기…‘승인 확신’ 이유는?
  • ‘휴진’ 선언한 서울대병원…우려한 진료 차질 없어 [가보니]
  • “주담대 선택할 땐 금리가 가장 중요…고정금리 선호도 올라”
  • 산은이 '멱살' 잡고 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D-데이'
  • 오늘의 상승종목

  • 04.3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802,000
    • -7.51%
    • 이더리움
    • 4,093,000
    • -4.88%
    • 비트코인 캐시
    • 573,500
    • -8.09%
    • 리플
    • 708
    • -0.84%
    • 솔라나
    • 174,900
    • -4.74%
    • 에이다
    • 618
    • -1.12%
    • 이오스
    • 1,063
    • -2.83%
    • 트론
    • 171
    • +0%
    • 스텔라루멘
    • 152
    • -0.65%
    • 비트코인에스브이
    • 79,850
    • -7.85%
    • 체인링크
    • 18,120
    • -3.62%
    • 샌드박스
    • 577
    • -2.5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