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人사이트]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 “전세계 당뇨인 위한 '밥상 플랫폼' 차릴 것"

입력 2017-09-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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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ㆍ의사 등과 협업해 당뇨환자 맛ㆍ건강 모두 잡은 맞춤식 판매...한국서 성공해 해외 진출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가 22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고이란기자@)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가 22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고이란기자@)
“국내 스타트업·벤처업계는 유통과 서비스 등 생활 보조적인 부문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의료나 음식 등 기본적인 기술은 아직 낙후돼있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미식 수준이 굉장히 높지만 음식을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서 다루는 시도는 부족한 것처럼요. 이렇게 생활에 필수적이지만 발전 속도가 더딘 부문에 뛰어들어 기여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닥터키친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2015년 7월 창업한 닥터키친은 당뇨 맞춤형 식단을 개발하고 있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저염식 위주의 제한된 식사가 필수인 당뇨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검증된 400여개의 식단을 제시해 식습관 관리를 돕는 것이 주력 사업이다.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재연(41) 닥터키친 대표는 창업 전부터 ‘경영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 효성그룹 전략본부, 사모펀드인 유니슨캐피털을 거쳐 직접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만난 박 대표는 컨설턴트로서 통찰력을 발휘해 시장의 큰 흐름을 분석하고, 그 흐름에 맞춰 자신의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업계도 닥터키친의 가능성에 앞다투어 베팅했다. 설립 1년 만인 지난해 14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회사는 지난달에는 23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며 헬스케어 부문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 받았다.

박 대표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식단을 우선 개발해 판매함으로써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품을 먼저 제공하고, 다시 고객들로부터 데이터를 얻어 분석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고 닥터키친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설명했다. 커머스에만 집중해 수익을 좇기보다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병행해 장기적인 성장의 저변을 다지려는 의도에서다. 이를 위해 회사는 영양사, 식품영양학자, 호텔 셰프, 의사 등 다양한 내외부 전문가들과 두루 협업하며 저력을 쌓아왔다. 이미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로부터 머신러닝을 활용한 혈당예측 과제를 땄고, 내년께엔 고려대학교와 손잡고 신장 질환 식단에 대한 전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올초부터는 대형 제약사의 의뢰를 받아 당뇨 환자를 위한 잡지를 만들어 분기별로 배포하고 있기도 하다.

닥터키친은 시리즈B 투자를 바탕으로 하반기부터는 현재까지 축적된 연구결과와 콘텐츠 등을 활용한 다양한 B2C 상품군 개발과 판매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미 유명한 당뇨 환자용 자장면, 떡볶이에 이어 그가 새로 포착한 것은 ‘간식·디저트’다. 그는 “전(前)당뇨 단계에서 식이요법을 잘하면 발병률이 50% 가까이 떨어지지만 40~50대 중년 남성들이 엄격한 식이요법을 따르는 경우가 드물다”며 “이들에게 식욕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는 다양한 음식군을 개발해 식이요법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닥터키친은 간식 부문에서 ‘아침대용식 그래놀라’를 개발해 선보인 데 이어 커피믹스를 비롯해 새로운 군것질거리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연말부터는 본격적으로 파트너사를 찾아 당뇨용 디저트류 B2C 상품 개발과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식 부문에서는 반조리 형태로 제공하던 식단에서 한걸음 나아가 조리 없이도 먹을 수 있는 도시락 서비스를 추가했다.

경영전략 컨설턴트 출신답게 자신의 창업 과정을 객관화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짠 후 실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박 대표지만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나이에 비해 나름 생전수전 겪어봤지만 오늘날은 경험을 통해 익혔던 공식이나 관점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시대인 것 같다”며 “과거처럼 경영이란 이런 것이고 전략이란 저런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얘기하기엔 굉장히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요즘 들어 더욱 스스로를 의심하려고 한다”면서 “내 관점과 생각, 스타일 중 지금은 어떤 것이 통용되고, 어떤 것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돌이켜보려고 노력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많지만 닥터키친처럼 식품 분야에 주력하면서 직접 연구를 수행하고 강의에도 나서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러한 모델을 확장해 글로벌한 당뇨 식이요법 전문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박 대표는 해외 시장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는 “당뇨는 선진국병인데 미국뿐만 아니라 의외로 중국과 인도, 중동에서도 환자군이 많다”며 “카피캣이 많은 중국보다는 건강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소득 수준도 높은 영국과 중동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 대표는 “우리 창업계에서는 미국의 성공사례를 한국화하려는 시도를 더 신뢰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에서 통했다고 한국에서도 반드시 통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닥터키친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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