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사병(士兵) 사병(私兵)

입력 2017-08-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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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군 고위 장성이 공관에 근무하는 병사를 ‘사병으로 부렸다’는 보도가 잇따르던 얼마 전의 일이다. 군 제대 후에 복학한 이른바 ‘예비역’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학생이 “원래부터 장성들 공관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다 사병이지 장교가 아니었는데 왜 사병을 부린 것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하였다.

어이가 없었다. 이게 현재 대학생들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니 한숨이 다 나왔다. 한자교육을 도외시한 탓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아직도 ‘한글 전용’을 고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화와 교육의 현실에 대해 울화가 치밀었다.

사병에 대한 한자 표기는 ‘士兵’과 ‘私兵’ 두 가지이다. ‘士’는 일반적으로 ‘선비 사’라고 훈독하지만 원래는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事(일 사)’와 발음이 같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 선비라는 단어도 비록 벼슬은 없지만 학식과 실무능력을 갖춤으로써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따라서 ‘士兵’은 군대에서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일반 병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私兵’의 ‘私’는 ‘사사로울 사’라고 훈독하는 글자로 ‘개인’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私兵’은 권세를 가진 개인이 사사로이 길러 부리는 병사라는 뜻이다. 달리 ‘가병(家兵)’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군 고위 장성이 공관에 근무하는 병사를 ‘사병으로 부렸다’는 것은 ‘士兵’에게 임무를 맡겼다는 뜻이 아니라, 마치 자신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병사인 양 개인 집안일을 하도록 부렸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어찌 국민의 공분을 사지 않겠는가?

그런데 ‘士兵’과 ‘私兵’을 분간하지 못하여 의미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대학생이 있다니 이게 더 한심한 현실인 것 같다. 한자교육, 무조건 배척만 할 게 아니라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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