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美 의회, 말 전쟁을 許하라

입력 2017-03-2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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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국제부 기자

‘의회(parliament)’라는 말은 프랑스어의 ‘parler(이야기하다)’에서 나왔다. 국회를 ‘말의 전쟁터’라고 여겨도 괜찮은 이유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의회를 보면 정책을 둘러싼 말의 전쟁 대신 독선만 남은 모양새이다. 지난 24일 미 공화당 하원은 ‘트럼프케어(AHCA)’ 표결을 철회했다. 전체 하원 의석 435석 중 과반 의석인 237석을 차지하는 공화당은 처음부터 민주당과 협상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목표는 단독 처리였다. 하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 그룹인 ‘프리덤 코커스’가 트럼프케어에 반기를 들면서 공화당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표결을 접어야 했다.

공화당이 단독으로 표결에 성공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리더십에 상처를 받지 않고 말끔하게 국정 운영을 할 수 있게 됐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야당을 배제한 채 추진하는 정책은 숙의와 설득이 뒷받침되지 못한다. 정책 자체의 옳고 그름과 무관하게 사회적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의원들은 갈등을 드러내고 치열한 토론 과정을 국민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토론을 일상으로 하는 영국이 2015년 12월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공습 확대 정책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게 좋은 예이다. 당시 영국 의원 150여 명은 11시간 동안 토론을 했다. 노동당 당수 제레미 코빈이 직접 반대 토론에 나섰는데, 노동당 의원 60여 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토론 끝에 당론에 구애받지 않고 표를 던진 것이다. 이렇게 결론 내려진 정책은 충분한 토론이 전제됐기 때문에 그 결과가 어떻든 이후에 반발을 덜 수 있다.

“정치란 워싱턴에서 법안이나 발의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고, 정치적 절차에 사람들이 참여할 방법을 생각해 내는 일이다.” 미국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말처럼 진정한 정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참여를 독려한다. ‘여당 단독 통과’와 같은 독선 대신 치열한 토론이 공개될 때 가능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단단하게 하는 의회 정치가 나아갈 방향도 이와 같다. 더 많은 말이 국회를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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