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우리는 현재다’, 청소년이 만든 현대사…편견에 맞서다

입력 2017-01-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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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ㆍ도교육감협의회가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이 주도한 한국 현대사에 주목한 신간 ‘우리는 현재다’가 출간돼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미성년자’라고 규정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기보다 교육 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현재다’는 청소년도 정치적ㆍ사회적 주체이자 주권자라고 주장하며 대한민국의 굴곡진 현대사를 그들의 시각에서 재구성한다.

3.1운동 유관순도 청소년이었고, 4.19혁명을 시작한 것도 청소년이었다. 독립과 해방, 민주주의와 혁명, 인권과 삶을 위해 나섰던 청소년들의 사회운동은 우리 사회가 인정해야 할 역사의 한 부분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고, 불의에 항거하며 옳고 그름을 논했던 그들의 행동은 매번 반복됐다. 이 점이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됐다.

이 책은 3.1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 4.19혁명, 박정희 시대 유신 교육, 5.18광주항쟁, 6월 항쟁부터 학생인권조례, 촛불집회와 참정권 운동까지 현대사 속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항거해 왔는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묘사한다. 사료에 근거한 사실 외에도 그때 그 시절 청소년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군중 속으로 들어가 사실적으로 묘사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시대상을 반영한 사진자료와 설명자료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 탁월하다.

‘청소년은 어른에게 보호받아야 할 순수하고 무력한 아이들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인식에 정면으로 반대의견을 던진다. 그들을 제약하고 억압하는 틀은 선입견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독립운동과 민주화, 경제발전의 과정, 교육 민주화 운동 및 광장의 사회운동까지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에서 청소년이 주체가 된 모습들이 또 다른 가르침을 던져준다.

‘아이들을 진지하게 대한다면 그들의 능력에 놀라지 않는다.’ 저자는 야누쉬 코르착의 말을 인용해 청소년도 인간이고 시민이며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역사 속에서 주권자로 살았던 청소년을 통해 나이는 행동하는 양심에 걸림돌이 될 수 없고, 성숙한 시민과 미성숙한 시민이 있다는 고정관념은 일부 시민의 편견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나타났던 정치적 사건을 빠짐없이 다루려 노력했지만, 해방 후 건국 과정 등에 대한 부분은 공백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저자는 그 기간에도 청소년의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에 분노한 광장의 민심이 현재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지금, 현대사 속에 청소년이 있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들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바로잡을 때 민주주의의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저자 공현은 2005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 두발자유운동을 이끌었고, ‘오답 승리의 희망’이라는 신문을 동료들과 만들었다. 이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대학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모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청소년운동의 틀을 만드는 일, 청소년 해방과 나이주의 철폐 등 청소년운동의 이론을 정리하는 일이 최근의 관심사다. 저서로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인권, 교문을 넘다’, ‘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 ‘청소년 인권 수첩’,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등이 있다.

저자 전누리는 고등학교 때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운동에 참여하게 됐고, 졸업 뒤에도 몇 년 동안 여러 단체에서 활동했다. 대학원에서 1980~1990년대 고등학생운동의 형성과 그 결과로 운동 참여자들이 사회진출과 관련해 어떤 진로를 모색하고 선택했는지 연구하고 논문(고등학생운동 참여자의 사회진출에 관한 연구-고등학생운동의 집합적 정체성 형성과 결과를 중심으로)을 작성해 사회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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