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나?

입력 2016-12-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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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우리 사회는 지난 10월 이후 최순실 사태로 혼란에 빠져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사퇴, 탄핵 즉각 인용 요구와 탄핵 반대 시위가 맞서고 있다. 각종 사건 사고와 정책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혼란이 일어나는 일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와 같은 혼란은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단기간에 수습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 같으면 문제가 안 될 만한 일도 엄청난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되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데 있다. 또한 사회적 갈등에 시비(是非)를 가리고 조정할 사회지도층이나 기관의 역할이 미흡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면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나? 각계각층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주장하여 국론이 분열되었을 때 언론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시비를 가려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취한다고 각 계층의 모든 주장을 검증도 안 한 채 그대로 확성기처럼 방송하는 것은 언론의 도리가 아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 시 대부분 언론 기관이 지지 후보를 밝힌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언론이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는 데 역할을 하기보다는 각종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여과 없이 보도하거나 왜곡 보도하여 갈등 요인을 증폭하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자. 박 대통령 탄핵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물러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대통령이 탄핵으로 권한 정지가 되어 있으므로 새로운 국무총리를 임명할 방법이 없다. 결국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국정 운영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 문제를 심각히 지적하는 언론은 없는 것 같다. 국정 혼란이 뻔한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 요구에 언론이 침묵하니 주말마다 그런 요구가 반복된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많다. 세월호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여 100억 원 이상의 돈을 사용하였는데도 아직 진상 규명이 미흡하다고 한다. 세월호 진상 규명 논쟁으로 국론 분열이 심각하다. 언론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밝혀 주고, 그것에 대한 정부나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알려 주어야 한다. 아울러 양쪽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평가하여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이 이와 같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역할을 제대로 하였다면 세월호 진상 규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2년이 지나도록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 이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양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난리가 났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일부 세력들이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하여 반미 감정과 국정 혼란을 초래하였다. 그 당시 일부 방송은 오히려 위험성을 과장하여 대다수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터무니없이 허위 과장되었다는 점을 언론이 제대로 지적하였더라면 그와 같은 국력 낭비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종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의 여론을 움직이는 것은 언론이다. 흔히 국정 운영이 잘못되면 정치인을 탓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따라서 언론은 국정 운영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언론은 시류에 영합할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려 사회의 목탁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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