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전통시장 정책성 화재보험, 이제는 정말 서둘러야할 때

입력 2016-12-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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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옥 새누리당 의원

지난 11월 30일 오후에 찾은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엔 잔불이 내뿜는 연기와 상인들의 탄식소리가 가득했다.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새벽부터 오전 내내 발을 동동 구르다 지쳐버린 상인들의 얼굴에는 상실감이 역력했다.

이날 새벽 2시께 발생한 화재는 상인들의 생계수단과 재산을 한꺼번에 앗아갔다. 겨울철을 앞두고 옷이며 침구류를 잔뜩 재어놓은 터라 피해는 더욱 컸다. 추정되는 피해액만 1000억∼1500억 원에 달했다. 서문시장 4지구 번영회가 최대 75억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을 가입해 놓았지만 보상은 건물 피해에만 한정돼 있었다. 개별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상인은 드물었다.

서문시장은 2005년에도 화재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당시 2지구에 발생한 대형 화재로 많은 상인들이 눈물을 흘렸다. 야속하게도 보험사들은 그 후 보험 기준을 엄격하게 바꿨다. 보험료도 크게 올렸다. 소방시설이 미비하고 임시건축물이 많아 대형 화재의 위험성이 높은 전통시장에 대한 보험을 꺼리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의 영세상인들은 보험 가입을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전통시장 화재보험 가입건수는 2005년 이후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서 전통시장에 대한 정책성 화재보험 도입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재물손해 5000만 원, 배상책임 1억 원의 화재보험에 대해 상인들이 납부할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보험사 손해율이 180%를 초과할 시 보험금을 지원하는 방안이었다. 예상되는 예산은 1년에 73억 원 정도였다.

2014년 당시 관련 용역을 진행한 결과, 비용편익비율이 1.0을 초과해 상품 도입 필요성이 입증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성 화재보험은 결국 도입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중소기업청이 동의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민간보험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상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올해 전통시장에 대한 중소기업청의 지원 예산이 3200억 원, 지자체에서 매칭으로 투입되는 예산은 1000억 원으로 총 규모가 4200억 원에 달한다. 그 돈으로 민간인이 소유하고 있는 시장 건물에 아케이드를 설치해주고 주차장까지 설치해주고 있으면서 정작 건물에 세 들어 장사를 하는 영세상인들을 위해 73억 원을 부담하지 못해 도덕적 해이를 운운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일까. 그때 정책성 화재보험이 도입됐더라면 전 재산을 태웠다며 젖은 바닥에 주저앉은 상인들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냐며 부은 눈에 눈물 흘리는 상인들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총 보험료의 50%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가축재해보험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화재인 경우에도 가축은 최대 시가의 95%, 축사는 손해액의 전액을 보상해주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화재위험도를 현행보다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해 정부의 적극적인 보험료 지원을 통해 20만 전통시장 상인이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정책성 보험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생계를 이어갈 막막함에 영세상인들이 눈물 짓는 일은 다시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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