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미래다] 돼지 장기를 인간에… ‘이종간 이식’ 연구 속도 낸다

입력 2016-11-17 11:01 수정 2016-11-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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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거부반응 제어 ‘믿음이’ 심장·각막… 영장류 원숭이 이식 후 50일 넘게 생존

▲국내 연구진이 면역거부반응을 제어한 돼지 심장을 이식한 원숭이에게 음식물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국내 연구진이 면역거부반응을 제어한 돼지 심장을 이식한 원숭이에게 음식물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이 연구하는 생명공학은 농산물 분야와 동물 분야로 나뉜다. 동물 바이오 신약 장기개발 분야에서는 고부가가치 바이오신약 생산 및 이식대체를 위한 브릿지용 바이오장기 생산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수요자에 비해 기증자의 수가 매우 적어, 평균 대기 기간이 5년으로 수요가 매년 10~15% 급증하는 실정이다. 올해 장기이식 대기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2만8000여 명, 미국은 12만 명에 이른다.

돼지는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생리 및 장기의 형태가 인간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에 바이오 이종장기 생산 연구의 매개체로 이용되고 있다. 농진청은 최근 바이오 이종장기용 돼지 ‘믿음이’의 개발관련 특허기술을 생명공학 기업인 옵티팜에 이전했다.

농진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이 2010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믿음이는 돼지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이종 간 이식의 가장 큰 난관인 ‘초급성’과 ‘급성’ 면역거부 반응을 제어한 돼지다. 초급성은 이식 직후 이식된 장기 손상과 함께 이식받은 영장류의 사망을 이끄는 거부반응을 말한다. 급성은 초급성 거부반응을 제어한 돼지 장기 이식 후 수일에서 수개월 내에 발생하는 거부 반응이다.

축과원은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팀과 공동으로 9월 26일 믿음이의 심장과 각막을 원숭이에게 이식했다. 해당 원숭이는 기존의 최장 생존기록인 43일간을 지나 50일 넘게 생존 중이다. 축과원은 안정적으로 이종 간 이식 활용을 위해 6년간 자연교배를 통한 믿음이의 증식과 공급 체계를 확립하고 이번에 기술을 이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축과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옵티팜은 1차적으로 믿음이의 췌도 세포와 각막, 피부를 임상 적용한 후 2차적으로 심장과 같은 고형장기의 임상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췌도와 각막 등의 세포ㆍ조직은 심장 등 고형장기와 달리 구조적으로 단순하고 이식에도 용이해 임상 적용에 더 근접해 있다는 설명이다.

축과원에 따르면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 세포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아 나타난다. 아동에게서 많이 발생하지만 성인에게도 증가 추세로 지난해 기준 환자는 약 12만 명으로 추산된다. 1형 당뇨병 환자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췌장을 이식하거나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 세포를 이식하는 것이다.

현재 1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주사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기 때문에, 사람과 효능이 같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돼지의 췌도 이식은 1형 당뇨병 환자의 근본적인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축과원의 설명이다.

중국은 지난해 돼지 각막의 상업적 이용을 승인했고, 돼지 췌도 세포의 경우 1형 당뇨병 치료제로 마지막 단계의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축과원은 옵티팜과의 연구 협력을 통해 2017년부터 임상시험 대행기관에서 전임상 시험을 수행하고 연간 400마리 규모의 돼지를 생산해 이종이식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임상 시험은 사람이 아닌 원숭이 등 영장류를 비롯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효능, 부작용 및 독성 검정 시험을 말한다.

축과원은 또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형질전환 돼지 간의 교배와 거부반응이 추가로 억제된 새로운 돼지를 개발·증식하는 한편, 병원균제어시설(DPF)의 확장ㆍ정비를 통해 임상시험용 돼지 활용 기반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농진청 축과원 오성종 원장은 “이번 기술이전은 바이오 이종장기용으로 개발한 돼지의 기술 가치를 인정받아 산업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 그리고 먹거리로만 인식되던 축산업의 고부가 산업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오 원장은 “앞으로 국내 바이오 이종장기 이식 분야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초기반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전념하고, 축산업이 동물 생명공학과의 접목을 통해 미래성장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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