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한 물고기 이론

입력 2007-09-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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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서 30여년을 사업해 온 지인(知人)이 있다. 그는 카페전문가라 할 정도로 카페를 차렸다 하면 100% 성공했다. 자신이 하지 못할 상황이면 동생이나 친척에게 개업하도록 도와 주기도 한다. 지금 그는 신촌의 금싸라기 땅에다가 카페해서 번 돈으로 7층 빌딩을 지어서 그 건물 입주자들까지 크게 성공시킬 정도로 장사수완으로는 꽤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IMF때도 신촌에 새로운 가게를 냈는데 이를 본 필자가 "하필이면 소비가 얼어붙은 IMF때 비싼 곳에 가게를 낼게 뭐냐?"고 했더니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가뭄이 들면 저수지가 마르고 저수지가 마르면 물고기가 한 가운데로 모인다."는 거다.

불황일수록 유명상권으로 나와야지 경기가 안 좋다고 변두리의 임대료가 싼 곳에 둥지를 틀면 되려 큰 손해라는 논리다. 필자가 한 수 배운 셈이 됐다. 역시 다년간의 실전으로 인한 노하우는 학습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진리를 새롭게 각인한 계기가 됐다. 물고기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물고기가 가르쳐 주는 창업의 성공비결이 꽤나 많아 보인다. "물고기는 수초 옆이 잘 낚인다"는것 쯤은 낚시하는 사람들은 상식이다. 가게도 백화점 출입지역이라든지, 유명상권의 중심에서 한 블럭 정도 벗어나면 훨씬 잘 된다. 신세계 미아점 입구에서 여성정장 브랜드를 판매하던 30대의 여성은 2년만에 그 비싼점포를 3개나 인수할 정도로 돈을 벌었다. 수초옆에서 낚시한 덕분이다.

"물고기는 새벽에 큰 게 물린다." 실제로 낚시를 하다보면 새벽 동틀 때쯤 입질이 잦고 큰 물고기가 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새벽이라고 해서 아무데서나 무조건 잘 물리는게 아니라 밤새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태공에게만 물리는 것이다. 창업에서도 꾸준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머지않아 기회는 온다는 것은 진리다. 낮보다는 새벽에 큰게 잘 물린다는 말은 성숙기 업종보다 토픽기 업종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와 같다. 낚시와 창업도 참으로 이상하리만치 일치한다.

"남이 앉았던 자리에 앉는 게 유리하다". 태공들은 자리를 잡을 때 누군가가 앉았다 간 흔적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아무래도 오랜시간 전(前)태공이 떡밥을 많이 던져줬을 터이니 주변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있지 않을까 해서인데 실제로 그 자리에서 많이 낚인다. 점포업종도 신규 입점보다는 인수받는 게 나을 때가 많다. 잘되는 점포를 높은 권리금을 주고라도 입점하면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단골고객이 얼마간 있을 터이니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는가?

"한낮에는 피라미만 물린다". 퇴약볕이 내리쬐는 한 낮에 낚시대를 아무리 뻔질나게 던져봐야 피라미만 올라온다. 그래도 그나마 포기하면 나중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자리를 지켜야 한다. 노래방, 슈퍼마켓, 빵집, 중국음식점 등과 같은 성숙기의 트래드(Trad-ition)업종은 한 낮에 물리는 피라미처럼 돈이 벌리기보다는 적지만 꾸준하게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계 유지를 위한 창업이 되는 경향이 많다. 즉, 업종출생 후 정지기간이 지나 상당부분 검증된 업종이기 때문에 큰 폭의 성장이나 갑작스런 쇠퇴는 없다는 얘기다. 장년 이후에는 한번의 실패가 복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트래드기의 업종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고기와 창업.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주제지만 따지고 보면 이렇게 일치하는 구석이 많은 것이다. 사소하게 생각되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창업자의 입장에서 한 수씩 배워 나가는 지혜를 갖는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나는 믿는다.

이형석(leebangin@gmail.com)

비즈니스유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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