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 30년 대우맨의 퇴장이 시사하는 것

입력 2016-10-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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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 배지를 달아 주던 모습이 선한데 홍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다니 실감이 안 나네요.”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대표가 12월 통합을 앞두고 최근 돌연 사의를 표명하자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안타까운 반응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홍 대표는 증권가 인재 사관학교인 대우증권의 공채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1986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입사해 2014년 대우증권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올해로 입사한 지 딱 30년째인 맏형이자 누가 뭐래도 대우증권의 터줏대감인 것이다.

홍 대표는 평소 화합과 소통을 중시하는 탓에 선후배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운 덕장형 CEO로 평가 받는다. 통합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8월부터 본사 및 전 지점 임직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직원과의 대화에 나섰던 것도 바로 그다.

그는 102개에 달하는 지점을 잇달아 방문하며 1주일에 2~3일씩, 하루 평균 4개 지점을 찾아 현장경영을 벌였다. 홍 대표의 맏형 리더십은 취임 초부터 유별났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그는 올 초 전국 지점을 모두 돌았다. 역대 대우증권 CEO 가운데 전 지점을 일일이 방문한 것은 사실상 홍 대표가 처음이다.

강력한 오너십 바탕의 미래에셋을 새 주인으로 맞이해 부담감이 큰 직원들을 보듬던 30년 공채 맏형의 퇴장이 씁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우증권 안팎에선 홍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에선 평소 남에게 부담이나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그의 성품이 이번 사의 표명과도 닿아 있다고 해석한다.

사측은 홍 대표의 사의 표명에 대한 본지의 단독 보도 이후 “미래에셋증권과의 통합 작업이 원활히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새로 출범하는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홍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것을 결심했다”며 “2주 전부터 박현주 회장이 사의를 만류했지만 홍 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30년 토박이 맏형의 퇴장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눈치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애초 미래에셋과 대우의 결합은 시너지는 극강인데 두 조직 간 케미(궁합)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고, 통합을 목전에 둔 시점에 홍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누가 봐도 여운이 짙다”며 “대우맨 맏형으로서 홍 대표가 통합 작업에 나서고, 양 사 간 이질적인 문화를 극복하는 소통의 키워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아쉽다”고 언급했다.

홍 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일각에선 벌써부터 합병 전후 미래에셋대우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자마자 후배들이 걱정할 일 없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누가 뭐래도 금융투자업은 인재(人材) 장사다. 증권업계 최고 인재사관학교인 대우증권을 품에 안은 박 회장이 정신적 구심점을 잃은 후배들을 어떻게 끌고 갈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오너인 그는 이제 맏형의 책임도 어깨에 떠멘 셈이다.

국내 1등 증권사 맏형의 빈 자리로 불안에 떨고 있는 대우맨들을 박 회장이 통합 이후에도 잘 이끌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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