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폰서 검사와 검찰권

입력 2016-09-12 13:34 수정 2016-09-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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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사회경제부 기자

"나는 잘 되고 있는 줄 알았어. 소통 잘 하고 있는 줄 알았지."

4년 전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잘 되고 있는 줄 알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당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10억 원대 수뢰 사건과 전모 검사의 피의자 성추문 사건이 연달아 터졌고,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맞물리면서 검찰 개혁 요구가 거셀 때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러다 검찰 문 닫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였지만, 정작 대검 수뇌부는 2010년 '그랜저 검사',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처럼 지나가리라 여기는 듯 했다. 하던대로 특임 검사를 임명하고 유감을 표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정도가 검찰이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미지근한 반응에 항의하는 기자들 앞에서 검찰의 수장이 남긴 말은 '잘 되고 있는 줄 알았다'는 정도였다.

이후 대검 수뇌부가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초유의 하극상 사태를 거쳐 한 총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조직 내부의 갈등이 검사 비위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검찰은 32년간 막강한 힘을 자랑했던 대검 중수부 폐지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

올해 검찰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사건과 관련해 검찰 전관 변호사의 부적절한 사건 처리 관행이 도마에 올랐고, 진경준 검사장 수뢰사건에 이어 김형준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논란이 또 불거졌다. 진 검사장 사건 때 특임검사를 임명했던 검찰은 이번에는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진상파악에 나섰다. 지난 5월에 이미 부적절한 금전 관계를 파악한 검찰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엄정 조치하라'는 검찰총장의 지시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드러난 게 이정도라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얼마나 더 있겠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4년 전 검찰은 대검 중수부라는 '살'을 내줬다. 선출되지 않은 기관에 있어 신뢰는 권력 그 자체다. 위기의식을 갖지 않으면 이번엔 수사권이라는 뼈를 내주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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