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세탁기 반덤핑 분쟁서 韓 최종 승소…대미 수출 ‘청신호’

입력 2016-09-0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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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상소기구, 미국 ‘표적덤핑ㆍ제로잉 결합’ 반덤핑협정 위반 판단

미국이 표적덤핑과 제로잉방식을 묶어 한국산 세탁기에 처음 부과했던 반덤핑 관세는 협정 위반이라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WTO 상소기구는 7일(한국시간) WTO 상소기구가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조치와 관련한 상소심 최종 보고서를 확정해 회람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혔다. WTO는 2013년 한국산 세탁기를 대상으로 미국이 부과한 9∼13%의 반덤핑 관세가 제로잉 적용을 금지한 반덤핑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한 1차 패널 판정을 그대로 인용하며 다시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제로잉은 덤핑마진 산정 시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덤핑)만 반영하고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때(마이너스 덤핑)에는 ‘0’으로 처리해 최종 덤핑마진을 부풀리는 계산방식이다. 미국이 덤핑 분쟁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써온 이 계산방식이 WTO에서 계속 협정 위반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표적덤핑은 특정 시기, 장소, 구매자에 대해 덤핑이 발생하는 경우로, WTO 협정은 이 때 해당 거래와 정상가격을 비교해 덤핑율을 산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WTO 반덤핑협정 2.4.2는 덤핑마진을 계산할 때 가중평균 정상가격과 모든 수출거래가격을 참고하도록 돼 있다. 미국은 무역 분쟁 시 제로잉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했지만 문제가 되자 한국산 세탁기에 관세를 매길 때 전체 물량이 아닌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수입 판매된 물량만 대상으로 덤핑마진을 선정하는 표적덤핑 방식을 적용해 제로잉과 결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2012년 블랙프라이데이에 판매된 한국산 세탁기를 문제 삼아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이 첫 사례다. 하지만 WTO 상소기구는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판매된 물량에 제로잉을 적용하는 것도 일반적인 거래에 적용될 수 없으므로 반덤핑협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WTO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은 사실상 제로잉을 폐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 표적덤핑과 제로잉을 결합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2013년 8월 WTO에 제소했다. 이후 반덤핑 분쟁에서 1차 심리를 하는 WTO 패널(소위원회)은 올해 3월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의 상소로 2차 심리를 맡은 WTO 상소기구는 1차 패널보고서를 대부분 인용하면서 미국의 관세 부과를 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WTO는 9월말 DSB 정례회의에서 이번 상소기구 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은 WTO 협정에 따라 상소기구 판정의 이행 일정을 제안해야 한다. WTO 협정은 분쟁 당사국이 달리 합의하지 않는 한 이행기간을 최대 15개월로 제한하고 있어 미국은 늦어도 내년말 까지 판정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보상 협상이 실패하게 되면 분쟁해결기구는 추가 보복절차를 밟는다.

WTO 상소기구는 세탁기 보조금 관련 쟁점에서도 추가로 한국 손을 들어줬다. WTO 상소기구는 삼성전자의 전체 연구개발(R&D) 지출에 대한 세액공제를 세탁기보조금율 계산에 반영하고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 상무부의 조치를 WTO 보조금 협정 위반으로 판정했다. 다만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이외 지역에 투자할 경우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 측 보조금 계산 방식 주장을 받아들였다.

산업부는 이번 WTO 판정이 최근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의 새로운 제로잉 방식(표적덤핑을 활용한 제로잉)도 WTO 협정위반이라고 최종 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美 제로잉 관행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후 미국이 판정 이행차원에서 기존 반덤핑 조사기법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철강 등 우리 주력 산업의 보호무역주의 대응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한국산 세탁기 수출의 대미 여건도 상당히 개선될 전망이다. 미국 가정용 세탁기 시장은 연 900만대(2015년 기준) 규모로 월풀이 20.7%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각각 12.8%, 12.0%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세탁기 수출액 규모는 1억38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8.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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