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에 매섭고 해외기업에 관대한 한국 정부

입력 2016-08-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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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정치경제부 기자

리우 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8월도 어느새 끝자락에 접어들었지만 무더위는 아직 가실 줄을 모른다. 올해 유난히 맹위를 떨친 폭염과 함께 뜨거운 논란이 된 전기료 누진제 역시 그렇다.

한국전력공사조차 문제점을 인정했지만 인하는 없다고 버틴 산업통상자원부는 결국 여름철 한시적 완화라는 미봉책을 다시 내놨다. 산업용과 일반용, 가정용 등 요금체계의 근원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당정 태스크포스(TF)가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일반 가정에 징벌적 요금을 부과해 낭비를 막는다는 정책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이 ‘징벌’이란 단어는 선진국들의 경우 자국민이 아닌 해외 기업에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나,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과 인증서류 위조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나라에서는 엄격한 검사 체계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막혀 옥시는 문제가 있는 제품을 팔지 못했고, 폭스바겐은 즉각 보상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반면 자국민에 엄격한 우리 정부는 해외기업에는 한없이 약한 모습이다. 구멍 뚫린 검사 제도와 떠넘기기식 책임 회피로 이들 기업은 한국에서만큼은 배짱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무고한 희생자는 계속 늘었다.

희생자들의 잘못이 있다면 정부가 통과시킨 제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무더위에 징벌적 전기요금을 내고 세금을 내면서, 그래도 국가가 인증한 제품을 믿고 사용한 죄다.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산업부와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는 또다시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징벌을 국민에게 적용하는 나라. 자국민을 엄히 통제하는 데 능하지만 해외기업에는 허술한 제도로 손쉽게 여겨지는 나라. 국정 역사교과서와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등 중차대한 현안에서 당사자는 빼고 비밀리에 진행해 결정짓는 나라. 지금 우리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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