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공간] 40도

입력 2016-08-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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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빙(結氷)

어느날 일기예보에서

영하 20도면 남자들은 오줌 누기가 어렵고

영하 40도면

하늘을 날던 새가 떨어진다고 한다

아! 영하 40도

그 깨끗한 하늘에서 떨어지고 싶다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입추가 지났지만 더위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밤으로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고 풀벌레 우는 소리가 또렷해지는 절기인데 늦더위는 아직도 기승이다.

시골에서는 마을 이장이나 공무원들이 한낮 논밭에 나가 일하는 노인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방송을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 초가 지붕을 걷어내고 슬레이트를 이어주거나 모심기 조기 달성을 위해 공무원이 동원되는 걸 보기는 했지만 더위에 일하지 말라고 만류하고 다닌다니! 세상 많이 변했다.

지구가 해마다 더워진다고 한다. 그래야 얼마나 더워졌을까마는 우리나라 서울, 경기 지역만 해도 2000만 이상의 사람들이 웅덩이에 고인 물고기처럼 바글거리고 산업시설이나 거대한 건물들도 몰려 있으니 같은 온도라도 체감하는 것은 여느 지역과 다를 것이다. 거기다가 더위를 피한다고 틀어놓는 선풍기나 에어컨 같은 게 당장은 시원하겠지만 그것 자체가 열을 내뱉는 것이고 보면 거실에서 내쫓은 더위를 마당에서 만나는 꼴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혹독한 추위를 동장군이나 엄동이라고 했다. 한편 여름의 신을 염제라 했고 불볕더위를 염천에 비유했다. 불타는 하늘은 얼마나 무서운가. 그래도 무자비한 동장군에 비해 여름은 그늘도 있고 해서 상대적으로 견디기가 조금 쉽지 않았을까. 요즘 한반도 상공에서는 그 염제가 수레에 화기를 가득 품은 구름과 공기를 몰고 다니며 얼마나 더 즐기다가 입추에 자리를 내줄까 하고 궁리 중인지도 모른다.

내가 어렸을 적 농가에서는 한여름에 땔감으로 푸섶을 말렸다. 한낮에 푸섶을 베어다 널어놓으면 이파리에 물이 마르며 오그라드는 소리가 버석버석 하며 마당 가득하던 기억이 난다. 인간들 사정이 어떻든 열매를 다는 것은 열매에, 뿌리 가진 것들은 뿌리에 생의 모든 것을 비축하기 위하여 자연은 한시도 쉬지 않는다. 날마다 청천백일 위대한 여름이다.

거리에 사람이 없다. 굴러다니는 자동차는 그야말로 불덩어리다. 이열치열이라고 하지만 이한치열이랄까, 여기저기 무인 측정기로는 영상 40도까지 올라가는 지역도 있다는데 영하 40도를 상상하며 염천을 견뎌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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