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그리움

입력 2016-06-13 10:4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며칠 전 고향 가는 길, 차창 밖 논에는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문득 30여년 전 나를 떠올렸다.

어릴 적 할아버지 집 앞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나. 마당 모퉁이에는 오랜 친구 같은 소, 닭, 개가 있었고, 그 옆 높게 쌓아 놓은 볏짚은 낙차가 커서 미끄럼타기 안성맞춤이었다. 돌담 밑 작은 텃밭에는 고추, 상추, 방울토마토가 옹기종기 심어져 있어서 어린 나에게 시골 마당은 늘 신기하고 재미있는 놀이터였다. 지금 돌이켜보건대, 도시에서 손자들이 놀러와 지루하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마당을 가꾸셨는지도….

평생 농사를 지으며 3남 4녀를 키우신 할아버지는 그 누구보다 엄하셨지만, 이상하게도 형과 나에게 관대하셨다. 매일 새벽부터 따뜻한 소밥(牛飯)을 만드는 바쁜 와중에도 손자들의 투정을 항상 받아주셨다. 정월대보름 쥐불놀이 도구부터 활, 잠자리채 등 놀이기구를 맥가이버처럼 뚝딱 만들어 주셨다.

80년대 후반 어느 추운 겨울날 읍내에서 알근하게 약주를 드시고 가슴속 깊이 ‘보름달 빵’을 건네 주신 것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10여년 전 취직을 누구보다 기뻐하시면서도 “돈이 오고가는 곳인지라 누구보다 품행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조언을 잊지 않으셨던 분이다.

올 초 할아버지가 향년 91세의 나이로 별세하셨다. 할머니는 장례식장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를 보시고 평생을 해로(偕老)한 모습을 그리시며 눈물을 닦으셨다. 남들은 호상(好喪)이라고 하지만, 어느 죽음 앞에서 호상이 있겠는가? 요즘 들어 부쩍 할아버지가 그립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내 새끼의 연애2’ 최유빈, 윤후와 최종 커플⋯"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
  • 진태현, '이숙캠' 하차에도 제작진과 끈끈한 우정⋯"오빠 대박 나길"
  • 5월 4일 샌드위치 데이, 다들 쉬시나요?
  • "담았는데 품절이라니"⋯벌써 뜨거운 '컵빙수 대전', 승자는? [솔드아웃]
  • “5월에는 주식 팔라”는 격언, 사실일까⋯2010년 이후 데이터로 본 증시 전망
  • [종합] 삼성전자 ‘역대 최대’…반도체 53조, 2분기도 HBM 질주
  • 근로·자녀장려금 324만 가구 신청 시작…최대 330만원 8월 지급
  • 연준, 금리 동결로 파월 시대 마무리…반대 4표로 내부 분열 부각[종합]
  • 오늘의 상승종목

  • 04.3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3,799,000
    • +0.31%
    • 이더리움
    • 3,364,000
    • -0.36%
    • 비트코인 캐시
    • 657,000
    • -1.94%
    • 리플
    • 2,036
    • -0.44%
    • 솔라나
    • 123,800
    • -0.4%
    • 에이다
    • 367
    • +0.55%
    • 트론
    • 486
    • +0.21%
    • 스텔라루멘
    • 237
    • -0.84%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450
    • -0.93%
    • 체인링크
    • 13,560
    • -0.51%
    • 샌드박스
    • 108
    • +0%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