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좋은 차지만, 매력적이지 않다

입력 2016-05-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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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보편적으로 좋은 차지만 갖고 싶어 지갑을 열만큼 매력적이거나 즐겁지 않다는 게 문제다.

강남 한복판 현대모터스튜디오 2층에 앉아 도로를 바라본다. 절반 넘게 수입차다. 지리적 특성이 크지만 변두리나 지방에 가도 예전보다 수입차가 많아진 건 확실하다. 그러면서 국산차, 특히 현대차에 대해 생각해봤다. 몇 년 전부터 현대차 위기론이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승승장구하던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해외시장에서 오르던 점유율도 정체를 맞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현대차는 국민차였다. 지금도 일정부분 그렇다.

생경한 한국도로를 본 외국인들이 놀라워하고 신기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단일 브랜드, 현대차밖에 없다는 거란다. 그만큼 현대차는 전국민의 발이었다. 물론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대중과 서민의 입장에서 고를 만한 브랜드와 차들이 없었다. 현대차는 부동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품은, 거인의 자리에서 자만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가치가 올라갔다고 믿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겨를 수 있으리라 착각에 빠졌다. 슬금슬금 차값도 올라갔다. 옵션장난까지 동원해가며 교묘하게 고가정책을 펼쳤다. 물론 상품성도 좋아졌다. 문제는 수입차와의 가격 격차가 많이 줄어든 데 있었다.

현대차는 비싸진 반면 수입차들은 판매대수가 늘면서 가격을 낮추고 모델 라인업을 늘리며 경쟁력을 키웠다. 사람들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비싸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수입차로 돌아섰다. 제원상 성능과 상품성, AS 편의성 등 수입차와 겨뤄도 떨어지지 않는 요즘 현대차의 품질력은 인정한다. 충분히 경쟁력이 생겼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되는 게 브랜드 가치다. 명품가방과 일반가방의 가죽 질이나 제품 자체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더 비싼 값을 치르고 명품가방을 선택하는 건 그들의 전통과 역사, 이미지와 스토리를 구매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를 간과했다. 현대차가 지닌 큰 경쟁력 가운데 하나였던 가격경쟁력을 포기한 것이다.

현대차는 얼마 전 제네시스를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에쿠스 후속모델인 EQ900을 내놨다. 뒷바퀴굴림과 프리미엄 모델들로 포진해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 한창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법. 또한 현대차가 이제껏 보여준 혁신성과 추진력은 제네시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완성해내리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품성과 감성품질은 물론 성능, 브랜드 이미지와 스토리를 제대로 만들고 다져야 한다. 렉서스를 뛰어넘을지, 어큐라처럼 지지부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더불어 현대차 라인업의 기함이었던 제네시스 부재를 잘 메워야 한다.

아슬아슬한 아슬란으로 기함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건 힘들어 보인다.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깝더라도 아슬란이란 이름과 차를 과감히 포기하거나 윗급의 진짜 기함다운 모델을 멋지게 내놓아야 한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가격에 상품성 좋고 든든한 기함이어야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내놓은 현대차는 한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가격경쟁력 훌륭했던 모델을 선보이는 브랜드로의 이미지 회귀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가성비’라는 말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함께 고성능 브랜드 N도 내놨다. 이 시점에서 현대차는 위치와 전략에 대해 치밀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 고민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길 바라며 건의사항 몇 가지를 더한다. 잘 팔리지만 매력 없는 모델에 더 이상 목을 매선 안 된다.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투싼, 싼타페. 보편적으로 좋은 차지만 이동수단 이상의 매력이 없다. 누군가 사기야 하겠지만 갖고 싶고 즐기고 싶어 지갑을 열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현대차는 작은 차 플랫폼과 출력 좋은 터보엔진을 활용해 재미있는 소형 쿠페나 로드스터를 만들 수 있고 만들어야 한다.

벨로스터처럼 디자인 참신한 모델도 만드는 마당에 뭐가 불가능한가? 더불어 제대로 된 크로스오버나 미니밴, 컴팩트 SUV도 있어야 한다. 체급별 대표선수만 간판처럼 걸지 말고 컨셉트와 매력이 넘치는 곁가지 모델들을 선사해야 한다. 보편타당하고 합리적인 모델을 기본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재미있고, 색깔 있으며 즐거운 모델들을 추가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은 차 잘 만드는 장사치가 아니라 차도 좋아하면서 좋은 차를 만드는 현대차로 인식하며 되돌아올 것이다.

글 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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