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압브레이커'로 해외 누비는 수산중공업… 정석현 회장 “R&D 투자로 세계 3위 노린다”

입력 2016-03-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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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점유율 5위 '강소기업'… 과거 '전량 리콜' 결정으로 바이어 신뢰 잡아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이 화성 본사에 있는 자사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이 화성 본사에 있는 자사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유압브레이커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자체 브랜드로 유압브레이커 시장에서 스웨덴, 프랑스, 일본업체들과 당당히 어깨를 견주고 있는 강소기업이 있다. 건설기계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해외를 누비는 수산중공업이 그 주인공이다. 수산중공업은 유압브레이커, 유압드릴 핵심모듈 등을 국산화시켜 국내 건설기계 업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지난 25일 경기도 화성시 수산중공업 본사에서 만난 정석현 회장은 “2004년 수산중공업을 인수해 대표로 취임했는데, 이후 구조조정을 많이 했다”며 “생산하는 제품군이 굉장히 많았는데, 취임 후 6개월 만에 제품수를 대폭 줄였고, 대기업과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도 과감히 없앴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경쟁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줄인 것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할 경우 자금력 측면에서 대부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정 회장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정 회장은 관납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회사를 ‘수출 중심형’으로 바꿨다. 그 결과, 수산중공업의 수출 비중은 약 60%까지 올라왔고 이에 힘입어 2012년엔 ‘7000만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정 회장은 “취임 당시 회사의 수출 규모는 2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이후 2006년 3000만 달러였던 수출액이 2012년 7000만 달러로 증가하면서 8년 만에 수출을 4배나 올렸다”고 말했다.

수산중공업은 유압브레이커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고, 독자 브랜드로 샌드빅(스웨덴ㆍ점유율 11%), 아트라스콥코(스웨덴ㆍ11%), 몽따베르트(프랑스ㆍ10%), 후르카와(일본ㆍ9%)에 이어 세계 점유율 5위 업체로 도약했다. 시장 점유율도 8%로 1위 업체와의 격차도 3%포인트에 불과하다. 유압브레이커는 물론, 유압드릴 핵심모듈인 ‘드리프터’, 트럭탑재크레인 등도 수산중공업이 내세우는 제품들이다.

이 같이 국내 강소기업으로 자리잡은 수산중공업이지만, 언제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이 수산중공업을 인수한 시기도 과거 외환위기(IMF) 시절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회사가 휘청였을 때다. 정 회장은 “매물로 나온 수산중공업을 보니 연구인력들이 많아 잘 살려놓으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욕심이 나서 회계법인이 추천한 가격보다 약 20%를 더 비싸게 주고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수산중공업이 모듈화시켜서 생산, 판매 중인 유압드릴.(사진=김정유 기자 thec98@)
▲수산중공업이 모듈화시켜서 생산, 판매 중인 유압드릴.(사진=김정유 기자 thec98@)

정 회장이 인수한 이후에도 위기는 있었다. 과거 많은 중소기업들을 어렵게 했던 키코(KIKO) 사태를 피하지 못해 또 한 번 고생을 했다. 또한, 생산라인을 바꿔 120억원에 달하는 제품을 전 세계 70여개국에 뿌렸는데, 심각한 고장이 발생해 전량 리콜을 했던 기억도 정 회장에겐 생생하다. 특히 리콜 사태 당시는 4위인 일본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시점이어서 아쉬움이 더 컸다.

정 회장은 “키코 사태로 200억원 손해를 본 것을 겨우 갚아 투자금이 생겼는데, 리콜하게 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리콜에 대해 잠시 고민했지만, 다시 시장을 잡을 수 있으려면 전량 리콜이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바이어들의 이탈이 덜했다”며 “세계 시장에서 조그만 한국업체가 제품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느 믿음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최근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R&D다. 수산중공업은 전체 인력 중 약 30%가 R&D 인력이다. 정 회장은 “세계 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팔리는 걸 보면 우리 제품 성능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핵심은 최고 수준의 R&D 인력을 통한 소재ㆍ열처리 기술력을 차별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산중공업은 자체 R&D 인력 외에도 대학교 자문기술단 12명과 함께 ‘수산기술지원회(수기회)’도 운영 중이다. 회사가 연구과정을 보고하고, 수기회가 해당 기술을 자문하는 방식이다.

정 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1조2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압브레이커 시장에서 세계 3위에 진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어 유압드릴 시장에서도 세계 3위를, 트럭탑재크레인은 점유율 5%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일본시장을 뒤쫓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업체들의 추격도 따돌려야 하는 힘든 시기”라며 “대형급 제품은 아직 중국이 우리 성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 격차를 더 벌려 점유율 순위를 더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산중공업은 2014년 11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주력 제품인 유압브레이커의 누적 판매량은 8만8482대에 달한다. 유압드릴은 213대, 크레인은 2만1901대를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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