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건영, 청구, 우방 등 이른바 대구 건설사 4인방 이후 대구에서 '내고향 건설사'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던 월드건설이 최근 대구에서 미분양 아파트 처리 문제로 인해 잇따라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월드건설이 사업을 추진하는 주요 지역은 서울 수도권 지역이라 대구 향토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대구광역시는 월드건설 창업자인 조규상 회장의 고향으로 이에 따라 월드건설의 경영진도 이 지역 출신이 많을 정도다. 특히 서서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는 조 회장의 수구초심(首丘初心)이 작용하면서 월드의 인지도가 높아가고 있는 실정. 조 회장과 월드건설은 이 지역에서 사회사업과 문화사업을 주도하고 있어 대구시민 대다수도 월드건설 조 회장이 대구 사람인 것을 알 정도로 월드건설에 대한 대구시민의 애정도 함께 높아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월드건설은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오히려 부산보다도 대구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다. 실제로 월드건설은 남구 이천동 월드메르디앙 361세대를 비롯, 북구 서변동, 수성구 만촌동 등에 입주한 단지를 갖고 있고 월배 월드메르디앙을 비롯해 현재 공사 중인 단지도 3~4곳에 이를 정도로 대구에서 탄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05년 가을에는 범어 월드메르디앙이 같은 시기 분양한 삼성건설의 범어 삼성래미안과 청약 경쟁에서 압승, 대구에서 아파트 맹주는 삼성이 아닌 월드임을 선언하기도 했다.
월드건설이 이 지역 민심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타 브랜드보다 떨어지는 서비스로 꼽힌다. 실제로 월드건설은 규모상 중견업체에 해당하지만 활발한 계약자 서비스를 보이는 등 대민 서비스에서는 삼성, GS, 대림 등 대형 업체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업체, 하지만 유독 대구에서만큼은 이들 대형업체보다 한발 늦는 서비스를 보이며 특히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데는 가장 낮은 대처력을 보이고 있다는 게 대구 주민들의 불만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두달 째 시위에 들어간 달서구 월성동 월배 월드메르디앙 기존계약자들이다. 약 100여 명으로 구성된 이들 모임은 지난 3월 이후 월드건설 측이 미분양 물량 해결을 위해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실시하자 동일한 조건을 요구하며 두 달째 시위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들은 5명 내외로 조를 짜 주말 마다 월배 월드메르디앙 모델하우스가 위치한 곳으로 찾아가 요구사항을 알리고 회사측의 답변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사측의 답변은 전무(全無). 이들 월배 메르디앙 계약자 모임에 따르면 이들 모임과 답변하는 회사측 관계자는 과장급이 가장 높은 직원이었다. 결국 이들은 서울 여의도 월드건설 본사 앞 시위를 예고하는데 이르렀고,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월드건설도 이사급 임원을 지난 주 대구로 내려보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 모임 관계자는 "인근 본리동 롯데캐슬의 경우 기존계약자들이 미분양 계약자들과 동등한 조건을 요구하자 얼마 후 그대로 반영됐다"며 "대구시민들에게 더 친근한 애정을 갖고 있는 월드가 오히려 더 고자세인 것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구에서는 아무리 꽥꽥거려도 신경조차 쓰지 않다 본사 앞으로 온다니깐 허둥지둥 대는 모습이 안쓰럽다"며 "월드건설에겐 고향 대구보다 서울에서의 이미지가 더 중요한 모양"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더욱이 이들은 대구 달서구에서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월배 월드메르디앙이 마감재 수준이 이 회사 수도권에 분양한 다른 아파트보다도 못한 데 더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 모임 관계자는 "아직 분양한지 1년도 안되는 월배 월드메르디앙과 최근 입주를 시작한 동탄 월드반도의 마감재 수준이 유사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라며 "말 그대로 촌놈이라고 무시하는 듯한 인상까지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 모임 석용욱 위원장은 "회사측은 수도권이 아닌 대구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에 아무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모양이지만 우리의 노력에 따라 월드건설에 대한 대구지역 민심도 달라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