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대 지침에 대한 올바른 이해

입력 2016-02-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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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정부는 지난달 22일 일반해고·취업규칙 2대 지침을 발표했다. 양대 노총은 지침 발표에 총파업을 결정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즈음 2대 지침의 정확한 이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지침에 대해 노동계는 직무능력을 이유로 쉬운 해고가 성행할 것이고 임금피크 등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등 근로조건의 하향이 기성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침의 성질이나 한계에 비추면 그렇게 되기 어렵다. 설령 공정인사 지침이 새로 제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지침은 어디까지나 행정기관 내부를 구속하는 권한밖에 없다. 지침은 법령은 물론 판례와도 충돌할 수 없다. 공정인사 지침이 그간 드물었던 통상해고를 쉽게 하거나 취업규칙 운영 지침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쉽게 하는 마술을 부릴 수는 없다. 지침으로 벌어진 문제가 엄청나다는 것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통상임금 산정 지침에 따른 소송대란과 기 행정해석과 달리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해당성 판단을 위한 대법원전원합의체 회부 등에 비추면 제2의 통상임금 소송대란 등을 뻔히 알면서 일을 저지를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지침의 본질 때문에 노동계에 불리한 기준의 설정이나 거꾸로 사용자 측에 유리한 기준의 설정도 불가능하다. 지침으로 쉬운 해고기준의 창설이 사법부에서 허용되지 않듯이 유리한 쉬운 해고기준의 창설 역시 사법부에서 허용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침은 법령이나 판례의 범위 내에서 행정기관 내부에서 감독 행정시 필요한 기능적 조치들을 담는 것이지 새로운 규범이나 룰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공정인사 지침은 노동계와 세간이 우려하는 통상해고 기준을 담고 있는데, 이것은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 통상해고가 금지되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지침이 아니라 이미 판례에 의해 인정되어 왔던 기준을 현장에서 활용하기 쉽게 매뉴얼화한 것이다. 취업규칙의 운영 지침 개정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시 판례가 인정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인정 기준 등의 기준을 담은 것이다.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단 기준에서도 임금감액만 동반하는 임금피크제는 불리한 변경으로서 동의의 대상임을 명확히 하되 고령자고용촉진법 제19조 2의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노력에 대한 노사의 책무 등을 강조하는 내용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2대 지침의 성질이나 한계에 비추면 지침을 둘러싼 갈등 고조는 제대로 된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셈법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러한 지침 셈법을 두고 혹자는 이렇게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런 지침을 왜 굳이 소란스럽게 만들려고 했을까? 그러나 지침 전체의 내용을 보면, 근로계약 해지와 관련된 법령과 판례에 의한 절차적, 실체적 룰이 잘 정리되어 있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단 기준에 관한 판례 법리가 잘 정리되어 있다. 이러한 매뉴얼은 대기업에서는 준수가 쉬울 수가 있으나 중소기업에서는 종전의 근로계약 해지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실태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이 점은 경영계가 불만을 가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대 지침은 대기업에서는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여건 조성에 기여할 것이고, 거꾸로 이중 노동시장 구조의 한 축인 중소기업에서는 불안한 근로환경을 보다 안정화하는 기능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2대 지침은 오히려 산업현장에서 불분명한 근로계약 해지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실태에 대한 절차적, 실체적 룰의 형성이 필요하고 직무수행 능력을 체계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산업현장에 지침만 던져주어 그 운영을 근로감독관에게만 맡기지 말고 법률 전문가들로 짜인 서포터스 구성 지원 등을 통해 법률적 혼란의 최소화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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