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다운을 입나요? 파타고니아 비비 다운

입력 2015-11-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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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때 다운재킷의 필파워가 높은 걸 자랑처럼 여겼다. 그런데 필파워의 숫자가 900 이상이 되려면 살아있는 거위에게서 막 잡아 뜯어낸 털이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지. 꼼꼼한 사람들은 솜털과 깃털의 함유량까지 살피는데 더 따뜻하다고 여겨지는 솜털은 거위의 가슴, 배, 목, 날개 밑에서만 채취할 수 있다(벌거벗겨진 거위들을 보면 어디에서 솜털이 나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패션계는 벌써 몇십년 전부터 모피 반대 운동이 일어났는데 우리나라 아웃도어 업계는 이제야 다운 채취 과정의 잔혹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참이다.

오늘도 파타고니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다. 파타고니아는 발 빠르게 작년부터 트레이서블 다운(Traceable Down)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서블 다운은 거위나 오리의 사육 과정을 모두 감시해 윤리적인 방법으로 다운을 채취하는 기준을 말한다.

그들은 거위나 오리 농장을 살펴 사료를 강제로 먹이지는 않는지, 살아있는 상태에서 다운을 채취하지 않는지를 철저히 감시한다. 그럼 트레이서블 다운 기준에 맞는 다운은 어떤 것이냐. 오로지 도축되고 난 거위나 오리의 털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털갈이 기간에 자연히 빠지는 털도 모아 사용했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여겨 아예 제외했다고. 작년부터는 파타고니아의 모든 다운 제품에 트레이서블 다운을 적용하고 있다.

올해 기자가 만난 제품은 비비 다운재킷(Bivy Down Jacket)이다. 특유의 캐주얼한 감각 덕분인지 디자인부터 부담이 덜하다. 사무실에 가끔 리뷰용 다운재킷이 들어오는데 이 재킷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았다. 모두 한 번씩 입어보더니 “이 정도 디자인이면 살만하다”며 한 마디씩 한다.

어디에도 어렵지 않게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아웃도어 브랜드가 아니라 패션 브랜드 출신 같다. 내친김에 이런저런 옷 위에 걸쳐봤다. 스웨터 위에도, 바람막이 위에도, 정장 위에도. 어떤 스타일과 레이어드해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편이다.

2015 F/W 시즌 다운재킷이니 당연히 트레이서블 다운이 쓰였다. 가격은 38만원. 파타고니아치고는 가격이 착하다 싶었는데 구스다운이 아니라 덕다운이었다. 거위털이든 오리털이든 사육과정을 감시하는 과정을 거친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서울의 겨울을 나는 데는 이 정도도 충분하다. 필파워도 600으로 적당한 수준이다.

가슴 부분의 로고를 보니 만족스럽다. 가끔 영문 로고만 밋밋하게 쓰여있는 제품도 만나는데 비비 다운재킷은 피츠로이 산의 형상이 아주 잘 보인다.

보통 다운재킷이라고 하면 얇은 나일론 겉감을 이용해 울룩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필파워를 뽐내기 마련인데 이 재킷은 꽤 무게감이 있는 캔버스 소재 겉감을 사용했다. 요즘 다운의 추세 역시 사파리 형태로 옮겨 가는 중이다. 이 소재는 젊어 보이기도 하고 캐주얼한 느낌도 준다. 빛바랜 느낌으로 빈티지스러운 구석도 있어 파타고니아 제품의 장기인 ‘물려 입기’도 오래도록 할 수 있겠다.

겉감도 환경친화적이다. 모두 블루사인 인증을 받았다. 보기엔 물을 만나면 큰일 날 것 같이 생겼지만 발수 처리를 해뒀기 때문에 비를 맞아도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탁탁 털어낼 수 있다. 만져 보면 어깨 부분은 촉감이 다른데 이 부분은 100% 나일론이라 좀 더 내구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배낭을 멜 때 생기는 마찰로 인해 마모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이 부분의 내구성을 높이는데, 이 재킷에서는 디자인적인 요소로서의 역할이 더 큰 것 같다.

입었을 때 편안하도록 신경 쓴 흔적도 군데군데에서 나타난다. 커다란 지퍼는 입고 벗기 편하고, 급할 땐 똑딱이 단추만 이용해서 옷깃을 여밀 수 있다. 양 옆구리에는 손을 찔러넣기 좋게 주머니가 달려 있고 재킷의 안쪽으로도 지퍼 주머니가 하나 더 숨어 있다. 전체적으로 앞보다 뒤쪽 기장이 길어 엉덩이를 살짝 덮어주는 건 정말 세심한 배려다.

비비 다운은 베스트로도 출시했다. 다운재킷이 더 따뜻하긴 하겠지만 활용도만 따져보면 베스트도 좋은 선택이다. 다운재킷은 38만원, 베스트는 28만원이다.

다운의 유통 과정을 감시하는 건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하고, 알 농장부터 사육 농장, 도축장까지 일일이 옮겨 다니며 살펴봐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본인들의 철학을 위해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는 유난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할 수 없다.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자랑스럽게 여겼던 필파워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파타고니아를 추천한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다운은 흔치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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