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24일 人淡如菊(인담여국) 국화처럼 담담한 인품

입력 2015-10-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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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가을 잎은 서리 앞에서 떨어지고, 봄꽃은 비 온 뒤에 붉어진다네”[秋葉霜前落 春花雨後紅] 한문 초학자들을 위해 5언으로 된 대구(對句)를 뽑아 묶은 ‘추구(推句)’에 나오는 말이다. ”가을이라 서늘하니 누런 국화 피고/겨울이라 추우니 흰 눈이 내리도다”[秋涼黃菊發 冬寒白雪來]라는 대구도 있다.

그렇게 국화가 핀 가을에 꽃과 사람의 품격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하지만, ‘꽃보다’까지는 아니라도 ‘꽃처럼’ 아름답다면 그 정도도 대단한 게 아닐까.

당나라 말의 시인 사공도(司空圖· 837~908)는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이라는 시에서 시의 의경(意境)을 24품으로 나누어 각 품을 12구의 시로 해설했다. 총 288구다. 그의 작품은 ‘문심조룡(文心雕龍)’과 함께 중국미학의 체계를 세운 것으로, 시는 물론 서예와 그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중 여섯 번째 시 ‘전아(典雅)’에 “사람이 국화처럼 맑다”[人淡如菊]는 말이 나온다. 淡을 澹으로 쓴 자료도 많다.

“호리병에 술을 사서/내리는 비 띠집에서 바라보네/자리에는 좋은 선비들/ 좌우로는 곧게 뻗은 대나무/갓 갠 하늘에 흰 구름/숲속의 새는 서로 좇네/녹음 속 거문고 소리에 조는데/저 위로 떨어지는 폭포/꽃은 말없이 지고/사람은 담담하기 국화 같구나/한 해의 이 멋진 풍경을 글로 쓴다면/읽을 만하다고 말들 하리라.”[玉壺買春 賞雨茅屋 座中佳士 左右脩竹 白雲初晴 幽鳥相逐 眠琴綠陰 上有飛瀑 花落無言 人淡如菊 書之歲華 其曰可讀]  

어떤 시가 이런 경지에 이른 작품일까. 아니 어떻게 하면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명성황후가 어렸을 때 ‘人淡如菊’이라고 쓴 글씨가 남아 있다. 순종이 열두 살에 쓴 글씨도 같은 것이니 명성황후는 아들에게도 이 말을 가르쳤나 보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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