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칼럼] 기술사업화와 죽음의 계곡

입력 2015-10-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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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실험실에서 4g의 신물질 합성에 성공하는 것과 대량 생산의 제품화 사이에는 거대한 죽음의 계곡이 자리하고 있다. 기술이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하여 반드시 건너야 하는 죽음의 계곡은 혼돈의 영역이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극복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스템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의 성공 사례가 흔치 않은 이유다. 그런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하여 대한민국은 반드시 18조의 국가 연구의 효율을 올려야 한다.

체계적인 기술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기술 로드맵 분석이 도입되었다. 상세하게 설계된 9단계의 기술 로드맵은 단계별 사업화 전략을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4단계에서 6단계에 존재하는 틈새 극복을 위하여 연구개발(R&D)의 중간에 사업을 연계하는 R&BD 정책이 수립돼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예산 낭비라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시스템만으로 죽음의 계곡을 넘는 것은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된다는 것이 전 세계적인 정책 실험의 결론이 아닌가.

이제 죽음의 계곡이라는 역설의 영역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술 창업과 기술 거래 시장을 제안하고자 한다.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복합기술이라는 암묵지와 지식재산권(IP)이라는 형식지다. 숱한 복합기술로 이루어진 암묵적 기술은 이전이 어렵다. 암묵적 기술을 문서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문서화하더라고 빠른 기술 발전이 이를 진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묵지적 기술은 기술이전이 아니라 기술창업을 촉진하는 것이 더 유력한 정책적 대안이 된다. 과거 실험실 창업제도가 탄생한 배경이다. 한편 IP로 형식지화한 기술들은 기술이전이 활발하다. 기술이전은 시장을 통하여 촉진된다. 과거 기술거래소가 만들어진 이유다. 그렇다면 기술창업과 기술이전이라는 두 가지 기술사업화의 구체적 방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기술창업은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찾아가는 기업가정신에 기반한다. 암묵지로 가득찬 기술을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은 이전 실적은 올리나 실제적인 결과물을 만들기는 어렵다. 기술개발에 참여하여 복합적인 문제의 본질을 체득한 기술 창업가들이 나서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가정신은 개인의 창조적 도전과 더불어 조직 문화의 산물이다. 연구원과 학생과 교수의 도전이 원활하도록 성공의 기대값이 실패의 위험보다 높아야 한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기술 창업에 냉담한 이유는 이 계산서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연구기관의 평가에 기술창업이 높게 반영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실패를 지원하는 혁신의 안전망이 제공되어야 한다. 창업 실패 이후 연구소 복귀 시 평가의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그 사이 체득한 창업 현장의 경험이 수편의 논문보다 미래 연구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창업 성공의 수익이 연구소 전반에 선순환 분배되어야 주변의 지원이 가능하다. 창업의 성공은 순환시키고 실패는 지원하는 조직 문화가 절실하다.

기술이전은 거래비용은 줄이고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시장으로 촉진된다. 형식지가 중요한 바이오산업의 경우 IP 거래 형태(C&D), 암묵지가 중요한 IT산업은 인수합병(A&D) 형태의 개방 혁신이 활발하다. 이제 대부분의 기술이전은 IP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연구개발 비용에서 IP는 기타 비용으로 제한받고 있다. 이제 연구의 주된 산물은 기술이 아니라 IP로 이동하고 있는데 우리의 제도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미래 유지 비용을 포함한 IP 비용이 연구개발 비용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제도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개별적인 기술이전은 거래 상대방 탐색 비용과 평가 비용 등 과다한 거래 비용이 문제다.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시장이다. 기술거래소 기능의 발전적 복원이 필요한 이유다.

기술창업과 기술시장을 통하여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씨앗이 제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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