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고객은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입력 2015-08-3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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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키팅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

빅데이터, 정보저장 기술 그리고 알고리즘의 조합은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다. 이런 시대에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넷플릭스이지만 2009년 포춘은 ‘올해의 기업인’으로 넷플릭스의 CEO 리드 해스팅스(Reed Hastings)를 선정한 바 있다.

시청자가 어느 요일에는 코미디 영화만 보고, 주말에는 온종일 경찰 드라마와 씨름을 하고, 특정 배우가 나오면 되감기 버튼을 즐겨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단히 정교한 검색엔진을 결합시켜 압도적 우위로 올라선 기업이 넷플릭스다. 지나 키팅의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한빛비즈)은 넷플릭스의 창업 전후 이야기로 시작해 정상 정복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질주하듯 엄청난 변화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1990년대 말기 이후부터 정보통신 분야와 관련해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지 기억조차 하기 힘들다. DVD, 비디오테이프, 삐삐, 피처폰, 스트리밍 서비스 등과 같은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가 얼마나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아 왔는가를 알 수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넷플릭스의 창업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창업 이후에 스타트업이 갖는 다양한 갈등과 분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20여 년 동안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주력 상품은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다. 수만 개의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TV프로그램을 소유하고 고객들의 개인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 넷플릭스의 강점이다. 선택장애를 겪는 현대인들은 접속과 동시에 첫 화면에 좋아할 만한 10개의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넷플릭스가 얼마나 고맙겠는가?

그러나 넷플릭스는 원래 이런 비즈니스부터 시작하지는 않았다. 공동 창업자 해스팅스는 1997년 섬세한 관찰에 바탕을 둔 작은 아이디어넷플릭스를 창업한다. 그는 시장이 비디오테이프에서 DVD로 전환되는 시점을 놓치지 않았다. “DVD가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곧 DVD시대가 열린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캘리포니아 주 산타크루스의 타워레코드로 달려가 우편봉투에 CD를 넣고 집으로 부쳤습니다. 정말 길었던 24시간이 지나고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봉투를 열어 보니 CD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무척 가슴 뛰는 순간이었죠.” 지난 20여 년간 정보통신 분야에서 기린아로 성장한 기업들은 대체로 이처럼 작은 아이디어를 일찍 포착하고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이다. 이런 점에서 넷플릭스 또한 예외가 아니다.

넷플리스가 스타트업으로 사투를 벌이던 시절,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버티고 있던 업체는 비디오시장에서 절대강자인 블록버스터였다. 창업 이후 10여 년간의 사투에서 어느 누구도 다윗이 골리앗을 누를 수 있다고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넷플릭스의 전략은 ‘플렉스파일’이라는 정교한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실제 데이터 분석과 예측을 통해 고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추게 된다. 2005년 중반이 되면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역전되는데 넷플릭스는 15억 달러, 블록버스터는 7억 달러 수준에 머문다.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승리를 목전에 둔다. 이후 결정적 승세를 굳히는 사건이 2007년을 전후해 일어난다. 시장이 DVD에서 스트리밍서비스로 이동해 가는 것을 포착한 넷플릭스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넷플릭스 프라이즈’를 개최해 고객에게 꼭 맞는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고객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우리가 단서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년의 격변을 돌아보게 하는 멋진 창업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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