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기관' vs '제목소리 내는 기관'

입력 2007-02-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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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7곳만 반대의결권 행사…‘찻잔속 태풍’에 그쳐

-전문가들, "기관 영향커지는 만큼 감시기능도 강화해야"

'찬성합니다…이의없습니다…그럼 제00회 정기주주총회를 마치겠습니다…탕탕탕"

올해도 주요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는 '속전속결'로 끝이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간접투자자산의 규모 만큼 영향력도 커진 기관투자가들이 여전히 주총장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게 없는 기관

12월결산 상장기업의 정기주총 관련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행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22일 현재까지 단 1건이라도 반대의사를 표시한 곳은 한국투신(6건), 미래에셋자산(3건), 마이다스에셋(2건), 우리크레디트(1건), 세이에셋(1건), 슈로더투신(1건), 신영투신(1건) 등 7곳에 불과했다.

삼성투신은 한국투신, 미래에셋자산과 달리 국내 주식형펀드 '빅3' 운용사 중 유일하게 찬성에 무더기표를 던졌다. 이밖에 신한BNP파리바, KB자산, 대투운용, 푸르덴셜자산, CJ자산운용 등 수탁고 상위의 운용사들도 반대의사표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산운용사의 수탁규모가 커지면서 상장기업 주식 5% 이상의 보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반대의사 표명도 1건(에스원, 한국투신)에 그쳤다.

반대의사가 표명된 기업 수도 CJ, KCC, 현대상선 등 8개에 그치고 있다. 작년에는 거래소기업 5곳과 코스닥기업 7곳 등 총 12개 기업에 대해 반대의사가 나타났다.

특히 28일 '떼 주총'을 여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는 기관의 목소리가 더욱 작아졌다. '삼성그룹주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신만 에스원과 삼성중공업의 이사보수한도상향 안건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대한생명과 하나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일부 기관은 지분율이 낮아 영향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삼성전자, 삼성물산, 에스원, 제일모직, 삼성전기 등 삼성계열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올해 일제히 이사보수한도를 높이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CJ자산운용은 계열관계인 CJ의 주총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CJ는 지난해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이사보수를 높이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제목소리내는 기관 눈길

이처럼 대다수 기관들이 주총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해마다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는 기관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투신이 대표적이다.

한국투신은 현재 CJ, 현대상선, 삼성중공업, 에스원, KCC, 고려아연 등 6개 기업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신은 작년에도 삼성테크원, 삼성엔지니어링, 송원산업 등 거래소기업과 CJ엔터테인먼트, 세코닉스, 여리인터내셔널, 유진기업, 지엔텍, 모젬 등 코스닥기업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지난해 성신양회의 이사선임건에 반대했던 세이에셋 역시 올해는 KCC 이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올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의지를 밝혔던 '큰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까지 CJ의 이사보수한도 상향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 기관이 반대표를 던지기로 한 것은 실적부진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계열사부진 등으로 실적이 저조했던 CJ의 경우 올해 이사보수한도를 30% 올릴 계획이지만 한국투신, 미래에셋자산, 마이다스에셋, 우리크레디트 등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CJ그룹 오너인 이재현 회장의 이사재선임 안건에 반대한다는 기관도 나왔다.

하지만 대다수 기관의 침묵 속에 일부 기관만의 '제목소리 내기'는 찻잔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는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주총을 열었던 POSCO, KCC, 일신방직에서는 일부 기관이 회사측 안건에 반대했지만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감시·견제기능 강화해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행사는 통상 주식운용팀, 리서치팀 등 실무진의 1차 검토를 바탕으로 CEO 등 주요임원들의 승인을 거쳐 최종결정이 내려진다. 자체적으로 '의결권행사 지침'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똑같은 상장기업의 안건이라도 기관의 자체적인 판단과 재량에 따라 의결권행사 방향이 달라지는 셈이다.

이처럼 의결권행사 방향은 기관들의 고유 재량권에 속하지만, 기관이 주식을 사는 돈은 모두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만큼 주주권익 강화 차원에서라도 문제가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기관의 의결권행사는 내부지침을 정해 판단하기 때문에 고유 재량에 맡겨지는 문제"라며 "그러나 회사측의 안건이 꼭 필요한 것인지,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윤리경영에 부합하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판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기관이 의결권행사 여부를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아직도 투자대상기업의 눈치를 보는 등 소극적인 국내 기관들이 견제와 감시 기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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