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칼럼] 인성교육, 법만으로는 안된다

입력 2015-08-1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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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전 국무총리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지난 7월 21일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 이야기다. 인성(人性)은 주변 사람과 환경에 반응하는 개인의 언행과 마음가짐으로, 본성에 경험과 교육을 더하여 형성된다. 바람직한 인성을 갖춘 사람이 많다면 그 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고,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는 사람이 많다면 대립과 분열, 갈등의 사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성교육은 사회발전과 직결되기에 인성교육진흥법이 성과를 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우려도 많다.

인성은 책으로 학습하는,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따라 보고 배우고,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만의 고유한 품성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성교육의 첫 출발은 부모를 롤모델로 하여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지금까지 주변 분들과 사회에 대한 나의 언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식에게도 말을 놓지 않으셨던 어머님과 부모님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두 분은 언제나 “손이 안 닿는 곳에 있는 음식은 먹으려고 하지 말게”, “세 번 이상 청을 받기 전에는 남의 집 잔치에 가는 것이 아니네”라고 하셨다. 여기에 스코필드 박사님의 배려와 나눔, 베품의 생활은 평생 나의 사회생활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였다. 인성교육이 성공하려면 우선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활성화되고, 가정이 참여하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인성교육이 효과를 거두려면 기성세대와 사회가 변해야 한다. 인성교육진흥법을 ‘이준석 방지법’이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 때 이준석 선장의 비인간적 행동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준석 선장의 비인간적 행동은 알지만, 학생들을 구하려다 희생된 선생님을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차별하는 사회는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인성교육을 가르치는 어른들이 보여준 인분 교수, 땅콩회황, 매 값을 주고 사람을 구타하는 재벌 2세, 수시로 발생하는 사회지도층의 성추행 사건과 불공평한 법 적용은 인성교육 내용과 어긋난다. 현실과 교육의 괴리다. 괴리가 메워지지 않는 한, 또 다른 이준석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바람직한 인성을 갖춘 미래 세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우리 사회를 비정상이 발붙일 수 없는 정의로운 사회로 바꿔야 한다.

이와 연관해 현재의 학생들이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것이기 때문에 인성교육은 사회적 가치 교육과 연결되어야 한다. 인성교육법은 효, 책임과 같은 전통적인 개인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 가치로는 희망의 공동체를 만드는 데 부족하다. 민주국가 시민으로 당연히 가져야 할 자유와 정의, 인권, 공동체 의식 같은 사회적 가치를 함께 교육해야 인성교육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입시에 목을 메는 우리 현실에서 평가 없는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고 평가하고 측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의 인성은 개인의 삶의 과정에서 형성되어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성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것은 인성을 어떤 정형화된 틀에 넣어서 획일화된 사람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또한 평가는 또 하나의 사교육 시장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평가 없이 인성교육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 선진국처럼 다른 교과와 인성교육을 연결하는 것이 적절하다. 미국은 역사시간에 독립선언서를 통해 자유와 인권, 윤리를 깨닫게 하고, 체육시간은 스포츠를 통해 협동심과 정의를 체화하도록 한다. 그리고 독일은 모든 교과의 공통 목표를 인성교육(Charakterbildung)에 두고 있다. 또한 우리는 지식 전달을 우선시하는 지·덕·체의 교육을 실시하지만 영국은 신체 건강을 우선하는 체·덕·지의 로크의 교육철학을 따라 민주시민을 육성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덕은 마음의 건강에서 오고, 마음의 건강은 몸의 건강에서 온다.

법을 만들었다고 바람직한 인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바람직한 인성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하고, 행복한 교실, 정의로운 사회로 걸음을 하는 것이 우려를 기대로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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