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영문 오역으로 시장에 이중 메시지 논란...추가완화 “검토할 여지있다→주저없이 검토”

입력 2015-06-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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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이 추가 완화와 관련된 일문의 영문 오역으로 시장 참가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시라이 사유리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3일 오전 도쿄 시내 강연에서 “물가 하락 위험이 표면화하면 대응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발표한 영문판에서는 이 내용이 “주저없이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말로 번역돼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 금융 시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시라이 위원은 이날 강연에서 “물가 기조가 크게 하락할 위험이 표면화할 경우에는 금융정책에 의한 대응을 검토할 여지가 있겠으나 현 시점에선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통신은 여기서 “대응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부분이 영문으로는 “I would not hesitate to consider some monetary policy actions”로 번역됐는데, 이것이 일어로는 “주저없이 검토할 것이다”라는 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주저없이”라는 표현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15일 강연에서도 “물가 기조가 변화하고, 2%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조정을 실시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는데, 당시 영문으로는 “without hesitation”이라고 제대로 번역됐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영문 오역을 놓고 고의로 이중 메시지를 담은 것이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 증권의 바바 나오히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국내에서는 엔화 약세로 혜택을 입은 사람도 있고 고통받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국내 소비자의 적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스며 있다. 그 한편으로 해외 투자자에 대해선 금융정책에 대한 기대를 모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구분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중앙은행을 신뢰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미쓰이스미토모자산운용의 무토 히로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일본어와 영어에서 분명히 의미가 다르다. 일본은행이 주가를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추가 완화를 실시하기는 어렵지만,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 뿌리깊은 추가 완화 기대는 유지하고 싶다는 의중이 영문 번역에 반영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국내용으로는 지나친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정계에 뿌리 깊음을 배려한 것이 아니냐”며 “그 한편으로 ‘엔저=주가 상승’을 지지하는 해외 투자자에게는 추가 완화를 불사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형성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일본 국내용과 해외용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

전날 도쿄외환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지표의 호조를 배경으로 연내 금리 인상 기대가 높아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한때 2002년 12월 이후 125엔대까지 치솟았다. 3일 오후에는 124엔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구두 개입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 후 기자들에게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안정적으로 추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엔화 약세에 대해 그는 “수준이나 속도에 대해 언급하진 않겠다”며 “모든 나라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은 어디까지나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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