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3월 23일 坎而後止(감이후지) 구덩이에선 물이 넘치기를 기다려라

입력 2015-03-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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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상선약수(上善若水)가 물의 덕을 말하는 성어라면 감이후지(坎而後止)는 그중 한 가지를 부각시켜 처세법을 일러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은 낮은 데로 흐르고 빈자리를 채우지만 구덩이를 만나면 더 나아가지 못한다. 구덩이가 차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감이후지 중 ‘坎’은 구덩이 감 자다.

조선 중기의 문신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은 송강 정철, 노계 박인로, 고산 윤선도와 더불어 조선 4대 문장가로 꼽히는 사람이다. 그는 계축옥사로 밀려났을 때 김포 가현산(歌絃山) 동봉(銅峰) 기슭에 감지와(坎止窩)라는 한 칸 초가를 지었다. 계축옥사는 소북세력이 영창대군(선조의 13남)을 옹립하려 한다고 대북 일파가 무고해 벌어진 정변(政變)이었다. 감지와의 ‘감지’는 물이 구덩이를 만나 멈춘 곳이다. ‘와’는 움집, 굴이라는 뜻이니 볼품없는 집을 말한다.

처음부터 구덩이에 빠지지 말아야 했지만 이미 빠졌으니 발버둥치고 허우적거려 봐야 소용없다. 그는 집을 짓고 감지와명(坎止窩銘)도 썼다. “구덩이에 빠지고야 멈췄으니 행한 일이 부끄럽지만 마음만은 형통하여 평소와 다름없네. 그칠 곳에서 그쳐 낙천지명(樂天知命) 군자 되리라.” 주역 간괘(艮卦)를 부연해 쓴 글이다.

그의 아들 낙전당(樂全堂) 신익성(申翊聖·1588~1644)이 아버지를 위해 이곳에 작은 정자를 짓고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을 때에도 상촌은 감지정(坎止亭)이라고 했다.

‘맹자’ 이루하편(離婁下篇)에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이라는 말이 있다. 물의 흐름은 조금이라도 낮은 곳이 있으면 먼저 거기를 가득 채운 뒤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영과후진이라고도 한다. 학문은 그렇게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감이후지와 용법이 똑같지는 않지만 함께 기억하면 좋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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