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3월 9일 應接不暇(응접불가)

입력 2015-03-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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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하기 바빠서 겨를이 없네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의 5남 왕휘지가 풍류인이었다면 7남이었던 막내 왕헌지(王獻之)는 아버지의 재능을 가장 많이 물려받은 서예가였다. 아버지와 그를 묶어 이왕(二王) 또는 희헌(羲獻)이라고 부를 정도로 서예사에 비중이 크다. 자는 자경(子敬). 동진(東晉) 낭야(琅邪) 임기(臨沂) 사람이다. 생몰연도는 348~388, 344~386이 엇갈린다.

그가 회계산(會稽山) 북쪽의 산음(山陰)을 여행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 회계산은 저지앙성[浙江省] 사오싱현[紹興縣]에 있는 산이다. “산음의 길을 가노라면 산과 강이 서로 마주치면서 어우러져 하나하나 볼 틈이 없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때에는 마음속의 정회를 표현하기 어렵다.”[從山陰道上行 山川自相映發 使人應接不暇 若秋冬之際 尤難爲懷] 지금은 그 계절이 아니지만 얼마나 멋지면 이런 말을 했을까.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송(宋)나라의 유의경(劉義慶·403~444)이 지은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온다.

이 멋진 책에 왕헌지에 관련된 유명한 고사가 또 있다. 그는 총명했지만 저포(樗蒲)라는 도박은 잘 알지 못했다. 한번은 몇 사람이 저포 놀이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당신이 지겠소”라고 참견했다. 그 사람이 “이 어린 친구는 대롱으로 표범을 보고 있군” 하고 핀잔을 주었다. 화가 난 왕헌지는 “나는 견식이 넓지 못해요”라고 말하고는 소매를 떨치며 가버렸다고 한다. 대롱으로 표범을 보는 게 관중규표(管中窺豹)다. 그렇게 하면 검거나 흰 부분만 보일 수 있다.

원래 왕헌지가 응접불가라고 말한 대상은 아름다운 산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뜻이 바뀌어 생각할 틈이나 대처할 겨를 없이 바쁘게 사는 것의 비유로 쓰인다. 바쁜 건 좋지만 뭣 때문에 바쁜지 늘 자신을 점검해야 한다. 일부분만 보고 전체를 논하는 것도 가소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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