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독서산책] 구마 겐고 ‘작은 건축’

입력 2015-02-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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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유행, 왜 어떻게 변했을까

직업인으로 뛰어나면서 동시에 글 쓰는 재주도 좋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건축가 구마 겐고이다. 그의 책은 분량에 관계없이 건축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뭔가 유익한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건축 분야에 관한 흥미로운 지식이나 최신 흐름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구마 겐고의 ‘작은 건축’(인그라픽스)은 작은 분량의 책이지만 그 속에 건축사 전반의 흐름과 최신 경향이 담겨 있다. 물론 작가 특유의 시각을 담은 책이긴 하지만 “이처럼 자신만의 시각으로 업과 세상을 볼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을 안겨주는 책이다.

인간은 세계적 대화재나 대지진 등과 같은 재앙을 겪으면서 더 크고 더 튼튼한 건물을 지향해왔다. 콘크리트와 철골 중심의 ‘강하고 합리적이고 큰 건축’이 이상적인 건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런데 2011년 동일본에서 일어난 쓰나미와 뒤를 이은 원전사고는 ‘큰 건축’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가르쳐 주었다. 이 책은 저자가 추구하는 ‘작은 건축’이 어떤 것이며, 실험적인 성격이긴 하지만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작은 건축’을 지향하는 구마 겐고의 건축은 ‘물 벽돌’ ‘워터 브랜치’라는 개념을 활용한 전시용 건축에서부터 오페라하우스와 세계적 브랜드 매장에까지 이르고 있다. 크고 현대적인 건축보다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이용해 일반적인 통념을 넘어서는, 앞서가는 건축을 실현하고 있다. 그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이 책의 독특한 가치는 ‘작은 건축’이 등장하게 된 건축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이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저자는 나름의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어떤 시대 사조나 천채적 건축가들이 건축의 흐름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구마 겐고는 거대한 재해와 같은 비극이 끝나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건축의 흐름이 크게 요동치게 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재난과 같은 비극이야말로 건축의 흐름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재해를 만나거나 비극을 당하면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평화가 계속될 때, 즉 행복할 때는 과거의 행동을 되풀이할 뿐 나아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극을 계기로 발명이나 진보의 톱니바퀴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1755년 11월 1일 유럽 전역을 공포에 빠뜨린 리스본 대지진은 전 세계가 7억명에 지나지 않았던 시대에 5만~6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지진 이후 ‘신에게만 의지할 수 없다’는 감정 변화가 ‘신에게 의지하는 시대’의 건축이었던 고전주의 건축과 고딕 건축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1966년 런던 대화재, 1871년 10월 시카고 대화재 등도 건축의 흐름을 뒤흔든 기념비적 재난들이다. 특히 시카고 대화재는 목조 저층 도시에서 단번에 중고층 불연도시를 낳게 된다. ‘강하고 합리적인 큰 건축’의 경연장처럼 바뀐 곳이 지금의 시카고다.

현대 건축에 큰 충격은 준 것은 일본의 쓰나미에 이은 원전사고다. 구마 겐고가 건축의 미래상을 ‘작은 건축’에 두는 것도 재난이 준 교훈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강하고 합리적이었어야 할 건축물들이 쓰나미에 맥없이 휩쓸려 사라지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하나의 사상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사상이 시작되는 거대한 변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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